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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포르투갈 여행(5) - 바르셀로나

샌. 2019. 7. 7. 19:38

여행 여덟째 날, 발렌시아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다. 9시에 출발하니 아침 시간에 여유가 있다. 이번 여행은 바삐 시간에 쫓기지 않아 좋다.

숙소에서 본 발렌시아의 아침 주택가 풍경.

숙소는 대체로 이런 수준이다. 값싼 패키지니 숙소나 음식은 마음에 안 들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휴게소.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건물 벽에 걸린 노란 리본이 자주 눈에 띈다.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과 문화나 언어가 다르다. 500년 전에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자 통합을 했지만 아직 융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독립을 위한 주민 투표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중앙 정부의 강제 진압으로 실패했다. 독립 운동으로 수감된 사람의 석방을 기원하는 마음을 노란 리본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주도다.

람블라스 거리를 걷다. 이 거리는 카탈루냐 광장에서 라파스 광장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보행자 전용도로다. 관광객이 엄청 많다.

스페인에서 제일 많이 들은 경고가 소매치기 조심이다. 스페인에는 강력 범죄는 드물지만,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치기나 절도가 아주 많다고 한다. 며칠 전 바르셀로나에서 한국 관광객 한 명이 오토바이치기에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람블라스 거리에는 꽃가게를 비롯한 노점상이 많다.

50m 높이의 콜롬부스 동상. 콜롬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이 항구로 들어왔다고 한다. 산타 마리아호 모형을 실물 크기로 전시하고 있다는데 보지는 못하다.

드디어 가우디를 만나러 가다. 멀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보이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1882년 지어지기 시작해 지금도 공사중이다. 첨탑이 옥수수 모양으로 생겼는데 가우디는 건물의 모든 부분에 자연물의 형상을 썼다. 심지어는 건물 벽에 살아 있는 나무도 붙인다. 입장료나 헌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언제 완공될지 알 수 없다.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이 된다는 데 높이가 170m다.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이 171m라 하느님이 만든 것을 넘봐서는 안된다는 가우디의 의도 때문이란다. 

외벽이나 기둥은 콘크리트도 사용한다.

정면은 마법의 성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전통적인 성당 건물의 관념을 뛰어넘는다. 가우디의 천재성을 볼 수 있다. 

안에 들어가면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주 포인트는 빛과 자연이다. 나무와 꽃을 형상화한 디자인에 인공과 자연 조명의 현란함이 더해진다. 화려함을 넘어 장엄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의 세 개의 파사드 중 하나인 예수 수난 파사드다. 가우디가 아닌 스페인의 현대 건축가 수비락의 작품이다.

완공되면 총 12개의 첨탑이 세워진다고 한다. 성당은 보는 방향에 따라 천변만화의 모습이다. 대단하다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왜 가우디를 천재라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이번 스페인 여행의 정점이다.

구엘 공원은 처음 구엘의 부탁으로 고급 주택단지로 계획되었으나 여러 사정이 생겨 공원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자연친화적인 가우디의 건축 철학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직선보다 곡선을 선호한 가우디의 의자.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진다. 누가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앉아보니 예상 외로 편하다.

코끼리를 닮은 통로.

공원에서 부녀가 사이좋게 놀고 있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주말에 아빠 혼자 자식과 놀고 있으면 십중팔구 이혼한 사람이란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스페인 사람의 개념은 속된 말로 쌈빡해 보인다.

구엘 공원 입구에 있는 경비실과 사무실 건물. 경비와 사무 용도의 건물이 이만하면 예술이다.

내가 건축을 알지는 못하지만 가우디는 천재다. 대단하다.

숙소로 가는 길,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야외에서 탁구를 즐긴다.

 

여행 아홉째 날이면서 마지막 날이다. 바위 산 위에 있는 몬세라트(Monserrat) 수도원으로 향하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바르셀로나에서 북쪽으로 60km 떨어진 곳에 있다. 11세기에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세웠으며 성모 마리아 신앙의 성지이자 카탈루냐 지방 사람들의 종교 중심지다. 수도원은 산 정상 가까운 725m 지점에 있다.

수도원에 올라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버스, 케이블카, 산악열차다. 우리는 올라갈 때는 산악열차,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워낙 경사가 급해 레일 가운데 있는 톱니가 기차를 견인한다.

바위산의 기가 대단하다. 수도원 자리로는 적지이지 싶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검은 성모 마리아상이 유명하다. 기도의 영험이 있는 모양이다. 대기하는 줄이 길어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일부는 줄을 서고, 나머지는 포기하다. 자유시간은 40분, 나는 수도원을 구경하는 쪽을 택하다.

내려갈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다.

몬세라트 수도원을 마지막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8박10일 일정이 끝나다. 마드리드에서 시작하여 반시계방향으로 바르셀로나까지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돌다. 후반부가 되니 여행이 빨리 끝나는 아쉬움이 밀려오다.

작년에 이탈리아를 10일간 여행했던 탓인지 서로 비교가 되어 사실 스페인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스페인 다음에 이탈리아를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은 빡빡하지 않아 좋았고, 쇼핑이나 옵션 등에서 부담을 주지 않아 편안했다. 인솔자와 가이드분께 감사 드린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한다. 여행이란 멋진 경험을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난 뒤에 여행의 경험을 공유하고 얘기하며 깔깔댈 수 있다면 천만 금보다 값진 것이리라. 이번에 거쳐간 도시는 마음 같아서는 각각 한 달 정도씩 머무르며 살고 싶었다. 톨레도, 포르투, 세비야, 론도 같은 데를 단 몇 시간에 스쳐 지나간다는 건 그곳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그렇지만 나의 한계가 있으니 어쩌겠는가. 소중한 이번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