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마 속 갠 날 경안천 걷다

샌. 2019. 7. 13. 11:11

 

장마 기간이지만 중부 지방은 아직 제대로 된 장맛비는 찾아오지 않았다. 장마전선이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서 정체 상태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환한 날, 경안천을 걷다.

 

같은 태양이라도 스페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여름 햇볕은 끈적끈적한 편이다. 습도가 높아서 공기가 후덥지근한 탓이다. 반면에 지중해의 태양은 강렬하지만 쨍그랑, 소리가 날 듯 맑고 경쾌하다. 스페인 역시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여름에는 유라시아 대륙 기단의 영향을 받는 모양이다.

 

 

하늘 색깔이 참 예쁘다.

 

 

이 산책로는 흙길이었는데 어느새 시멘트로 포장해 버렸다. 길 걷는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졌다. 시멘트에서 나오는 열기도 대단하다. 그대로 뒀으면 더 좋았으련만.....

 

 

한낮의 햇살이 따가워 예상했던 길을 다 걷지 못하다. 자꾸 나무 그늘을 따라 걷게 된다. 도서관을 거쳐 네 시간 만에 돌아오다. 배낭이 묵직해지니 마음이 절로 뿌듯하다. 그 중에 김소연 시인의 책도 있다.

 

"혼자가 아닌 곳에서 혼자가 되기 위하여, 어디론가 외출하고 어디론가 떠난다. 그곳에서,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열망보다 내 마음에 드는 시를 꼭 쓰고 싶다는 소망을 꺼내놓는다. 소망을 자주 만나기 위해서 내겐 심심한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노력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심심하기 위해서라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심심함이 윤기 나는 고독이 되어갈 때 나는 씩씩해진다. 조금 더 심심해지고 조금 더 씩씩해지기 위하여, 오직 그렇게 되기 위하여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