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막걸리 한 병에 취하다

샌. 2019. 7. 28. 14:50

 

막바지 장마다. 비 내리는 날에는 뭐니뭐니 해도 김치부침개에 막걸리가 최고다. 아내는 부침개를 만들고, 나는 동네 슈퍼에 나가 막걸리를 사 온다. 둘은 입맛이 달라서 아내는 지평 막걸리고 나는 장수 막걸리다. 늘 그러하니 이젠 슈퍼 주인도 알아챌 있을 게다.

 

바깥나들이가 뜸하다 보니 술 할 기회가 줄어들고 막걸리 한 병에도 뿅~ 가 버린다. 750mL 한 병이면 두 잔 반 정도 나오는데 그걸로 혼수상태가 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아내도 마찬가지지만 원래 주량 차이가 났는데, 이제는 술도 평준화가 되었다.

 

지난번에는 막걸리 한 병에 취해서 둘이서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술만 들어가면 큰소리치는 내 버릇이 재발한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건다. 아주 나쁜 술버릇이다. 아내도 나이가 드니 다소곳이 참지만은 않는다. 옆에서 박자를 맞춰주니 속에 든 온갖 쓰레기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오늘은 무척 조심했다. 서로 아름다운 얘기만 하자고 약조하고 잔을 기울였다. 다행히도 얼마 전에 다녀온 스페인 여행이 자주 등장했다. 여행지의 풍경이랑 함께 했던 사람들 얘기를 다시 나누는 게 재미있었다. 일상을 떠난 추억의 공유가 이래서 의미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결국은 기승전 '나이듬'으로 연결되었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나이 들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 마주 보고 앉아 있지? 이런저런 대화의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연민이 쓸쓸하게 깔려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세월은 야속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젓고 나면 다시 끄덕이게 된다. 별 근거도 없이, 알코올 효과인 게 틀림없지만, "인생은 역시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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