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추억의 선유도

샌. 2019. 7. 20. 20:04

 

선유도 해수욕장이 개장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은 썰렁하다. 더구나 장마철이니 해수욕장에는 사람 하나 찾기 힘들다. 할 일 없는 구조요원들만 한데 모여 스마트폰을 보며 쉬고 있다.

 

장모님 모시고 선유도에 다녀오다. 새만금방조제와 선유교가 놓이면서 선유도가 성큼 가까워졌다. 배 탈 필요 없이 군산이나 부안에서 30분이면 닿는다. 친구와 처음 선유도에 놀러온 때가 46년 전이었다. 기차를 타고 장항까지, 배를 타고 군산으로, 군산항에서 다시 배를 타고 선유도에 왔으니 온종일이 걸렸다. 그 넓은 바다를 가로지르며 방조제가 놓이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앞으로 이 지역이 또 어떻게 변모할지 예견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해수욕장 오른편의 저 바위산, 망주봉(望主峰)을 보니 그때가 어슴프레 떠오른다. 둘이서 올라가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선유도 주변에는 60여 개의 이 있다.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라고 한다. 그 중심이 선유도(仙遊島). '신선이 노니는 섬'이니, 앞으로 이 주변이 이름대로 될 가능성이 있다. 새만금방조제를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최대 약점은 황해(黃海)라 이름 붙은 바닷물이다.

 

 

섬들을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가 잘 만들어져 있다. 걷기 위해 선유도를 찾는 사람도 많다. 걸음이 불편한 장모님과는 10층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구경하다. 11층에서는 선유도 스카이라인이 출발한다.

 

 

46년 전에는 시국 때문에 휴강이 잦았고, 학교 문을 닫기도 했다. 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친구와 선유도를 찾았을 것이다. 선착장에서 내리면 바로 민박집들이 있었고 해수욕장도 가까웠다. 무슨 얘기를 나누고, 어떻게 놀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친구와는 지금도 만나지만 이제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사이는 아니다. 40대를 지나면서 생각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쏘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젊을 때 여행의 추억이 별로 없다. 그때는 교통이 편리하지 않았고, 여행이 지금처럼 트랜드가 되지도 않았다. 해외여행은 아예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또 다른 친구와 전라도와 충청도를 일주일 정도 누빈 적이 있다. 돌아보니 두 번 모두 둘이서만 다닌 여행이었다. 여럿이서 어울려 다니는 걸 싫어하는 성향은 그때부터 이어진 것 같다. 혼자 다니는 게 제일 마음 편하고 좋지만, 그때는 그럴 용기를 내지 못했다.

 

모든 것은 변해 간다. 사람에 비한다면 자연은 그래도 변함없이 의연하다. 인공물이 덧대어진들 바탕이야 바꿀 수 있겠는가. 사람의 내면도 자연과 닮은 점이 분명 있으리라. 장모님 바람 쐬어드리기 위해 나선 길이 내 추억을 반추하는 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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