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남한산성 벌봉

샌. 2019. 7. 30. 16:36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물러났지만 꼬리가 길다. 짙은 구름이 벗겨질 줄 모른다. 간간이 가는 비가 뿌리는 날, 산성리에 차를 파킹하고 남한산성 벌봉에 다녀오다.

남한산성은 하나의 성곽으로 되어 있지 않고 본성, 봉암성, 한봉성, 신남성과 5개의 옹성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다. 벌봉은 본성이 아닌 봉암성(蜂巖城)에 있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 내부를 볼 수 있는 벌봉을 청군에 빼앗겨 곤란을 겪었는데,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숙종 12년(1686)에 봉암성을 쌓았다.

벌봉에 가자면 본성과 봉암성을 연결하는 관문인 3암문을 지나야 한다.

3암문에서 벌봉으로 가는 길을 40대 때는 무척 좋아했다. 바람이 시원하고 꽃이 많은 길이었다. 한동안 뜸했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걸어본다.

남한산에서 이만한 바위는 벌봉밖에 없다. 멀리서 보면 벌처럼 생겼다 하여 '벌봉'이라 부른다. 벌봉은 해발 512로 497인 수어장대보다 높다. 병자호란 때 여기까지 청군이 와서 행궁을 향해 화포를 쏘는 바람에 항복이 빨라졌다.

이 바위에는 봉암성을 신축한 사연이 새겨져 있다. 설명문에 보면 숙종 12년(1686) 윤 4월 1일부터 광주유수 윤지선의 감독 아래 성을 쌓기 시작하여 같은 해 5월 9일 마무리했다 한다. 한 달만에 완성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바위 모양을 보면 무속 신앙의 대상이 될 법하다. 실제로 그런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런데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탓인지 주변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벌봉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얼굴 형상의 바위를 발견했다. 벌봉의 큰 바위 얼굴이다.

길 끝에는 바람 시원한 쉼터가 있다. 바람길인지 다른 데는 고요해도 여기는 나무가 격한 춤을 춘다. 여름에 쉬기에는 최고의 장소다.

길을 따라 짚신나물 꽃이 많이 피어 있다.

벌봉을 중심으로 해서 산길을 두 시간여 어슬렁거렸다. 두 주만의 걸음이었다. 두 발이 밖으로 나가자고 진즉 보채는 걸 이제야 들어주었다. 몸과 정신이 상쾌하다. 막혔던 기운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역시 움직여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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