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기생충

샌. 2019. 6. 20. 19:16

 

지난달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다. 한국 영화 100년사에 기념이 될 성과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이 '기생충'이 최초다. 최근에 우리나라가 문화 예술이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우리의 잠재력이 깨어나 빛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라면 얼마나 대단할까, 잔뜩 기대를 갖고 아내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관객수가 9백만을 돌파하면서 힘이 꺾였는지 넓은 극장에는 20명 정도가 앉아 있었다.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지만 이 영화의 메시지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처음에는 난감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몇 시간이 흘러서야 나름의 감이 잡힌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가 '선'과 '냄새'다. 둘 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는 경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부자와 빈곤층으로 나누어지는 계급 사회다. 둘은 완전히 다른 집단이다. 부자는 가난한 자가 자신들의 영역으로 선을 넘어 들어오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하는 피고용자는 기생충이요 벌레일 뿐이다.

 

영화에서 부잣집 박 사장과 사모님인 연교는 선량하면서 순수한 면까지 보인다. 종래의 부자에 대한 이미지와는 다르다. 이때까지 부자라면 탐욕스러운 졸부로 그려졌다. 그러나 현대의 부자는 예의 바르고 착하기까지 하다. 오히려 가난한 자들이 극악스럽고 심성이 삐트러져 있다. 어쩌면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런 모습이 더 현실적인지 모른다. 박 사장과 연교가 착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이웃에 대한 관심은 없다. 자신의 집에 고용된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지 무관심하다. 타인은 이용 대상일 뿐이다.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소통과 신뢰의 부족은 결국 파국을 낳는다. 우리 공동체에 주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하게 영화는 여러 사람이 죽는 것으로 끝난다. 을과 을끼리 칼부림을 하는 모양새도 안타깝다.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건드린 박 사장에게 기택은 칼을 꽂는다. 옛날에도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 있었지만 서로 어울려 살았다. 그러나 계급으로 고착화 되면 둘 사이에는 철벽이 생긴다. 기택처럼 인간적으로 접근하려 하면 부자는 용납하지 않는다. 영화에는 '선을 넘어온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결국은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부자도 파멸시킬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앞으로 전개될 우리 사회에 대한 경고로 읽었다. 만약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면 공동체는 와해할 수밖에 없다. 가장 타격을 받는 쪽은 부자들이다. 기생충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숙주를 잡아먹을 수 있다. 포스터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이웃에 대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 그들만의 행복한 리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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