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고야의 유령

샌. 2019. 7. 12. 17:47

 

스페인 여행 중에 가이드가 스페인 역사 이해를 위해 버스에서 틀어준 영화다. 화면이 작고 흔들려서 눈이 아파 그때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귀국하고 나서 올레 영화에서 다시 뽑아 보았다.

 

이 영화가 그리는 스페인 역사는 파란만장하다. '고야의 유령'은 18세기 말에서 18세기 초에 걸친 스페인이 무대다. 궁정화가인 고야(Goya, 1746~1828)의 눈으로 바라본 시대의 혼란상과 인간의 사악함, 그중에서도 가톨릭의 부패와 음모를 잘 그려낸 수작이다. 당시 스페인을 지배하던 '유령'은 진리를 내세우면서 인간을 억압한 가톨릭이었다.

 

스페인 가톨릭계는 교리 수호를 위해 악명 높은 종교재판소를 다시 가동한다. 로렌조 신부의 마수에 이네스가 걸려들고, 저녁 식사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대교인으로 몰려 지하 감옥에 갇힌다. 돈 많은 사업가인 이네스의 부모는 딸을 구하기 위해 고야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야기는 박진감 있게 전개된다.

 

줄거리는 말하지 않으련다. 시대의 수레바퀴에 힘없이 깔린 수많은 민중의 한숨이 이 영화에 녹아 있다. 가련한 이네스가 대표적이다. 로렌조 신부 같이 존경받는 사제직을 이용하여 사욕을 채우는 악인도 있다. 그는 추방되었다가 세월이 흘러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점령할 때 돌아와서 다시 위세를 떨친다. 나폴레옹군은 해방군으로 들어왔지만 스페인으로서는 또 다른 억압일 뿐이었다. 고야는 그림으로해 나폴레옹군의 만행을 고발한다.

 

영국군이 진주하면서 나폴레옹 세력은 물러나고 다시 한번 세상이 뒤바뀐다. 영화의 마지막은 아주 극적이다. 고야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이 모든 변화를 차분하게 살핀다. 고야가 일찍이 귀머거리가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는 고야의 그림도 다수 등장한다. 낭만주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굉장히 어두운 그림이나 판화를 많이 만들었다. 어두운 시대와 사악한 인간성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흥미롭게 이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예수의 말씀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신앙을 강요하던 과거의 종교는 어떠했는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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