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로망

샌. 2019. 5. 29. 10:20

먼 남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내 얘기일 수 있다. 아주 가까이는 아흔 살이 다가오는 양가의 어머니가 계시고, 우리에게 지금 바로 이런 일이 닥친대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화 '로망'은 함께 치매에 걸린 70대 부부의 슬픈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같이 살던 아들 부부는 부모를 감당하지 못해서 독립해 나갔고, 집에는 부부 둘만 남았다. 동반 치매에 걸린 두 사람의 생활이 오죽하겠는가. 둘은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이순재 씨와 정영숙 씨가 부부 역을 맡아서 애틋한 인생의 마지막을 보여준다. '로망'이 작품성 있는 영화는 아니다. 마치 한 편의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집,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성이 있기 때문에 공감을 준다. 치매에서 자유로운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영화 제목이 시니컬하다. '로망'은 꿈과 낭만을 뜻한다. 이 두 부부도 젊었을 때는 아름다운 인생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러나 끝은 '노망'으로 끝난다. 로망과 노망, 인생의 처음과 끝이 그러하다면 참으로 슬프지 않은가.

앞으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치매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가족이 떠안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다. 국가가 상당 부분을 맡아주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격리 중심의 수용소 같은 시설보다는 치매 환자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시스템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인간적인 유대 관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나오는 두 부부는 이웃으로부터, 심지어는 자식에게서도 소외된 채 마지막 길을 선택한다.

산다는 게 뭘까? 몸이나 정신이 내 의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때가 언젠가는 닥친다. 단지 기도할 수밖에 없을까. 정말 산다는 게 뭔지, 애처롭고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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