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에 친구가 '99의 노예'라는 글을 올렸다. 최근에 어느 집안 얘기를 들었던 게 떠오른다. 토지 보상금 문제로 한바탕 분란을 겪은 집이다. 갑자기 생긴 돈 앞에서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돈은 필요 없어. 건강이 최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나, 절에 다니면서 무욕을 강조하던 사람이나, 눈먼 돈 앞에서는 다 똑같아졌다고 한다.
누굴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 나도 같은 부류다. 글에서 가난한 요리사는 당당하게 말한다. "나는 행복해요!" 그러나 막상 금화를 보자 가면이 벗겨진다. 우리의 신념, 신앙, 지조 등은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가련한 자기 위안거리밖에 안 된다. 단지 아닌 척할 뿐이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묘하지 않은가. 예수나 부처는 가정과 돈과 권력을 버리고 진리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그분을 따른다는 신자들은 내 가정의 복과 돈과 권력을 달라고 구걸한다. 세속의 복 대신에 참 나를 찾아 나서라는 것이 성인의 뜻이다. 종교 지도자들이 알고도 속인다면 엄청난 죄를 짓는 것이다.
요리사처럼 인간은 허약하다. 특히 돈 앞에서는. 예외가 거의 없다. 자본주의 체제가 노리는 것은 분명하다. 가련한 인간은 돈 앞에서 자발적인 노예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99의 노예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은 행복을 느끼지 못한 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주방 근처에서 한 요리사가 행복한 얼굴로 휘파람을 불며 채소 다듬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왕은 요리사를 불러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폐하, 저는 말단 요리사에 불과 하지만 제 아내와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고, 비바람 피할 수 있는 집 한 칸과 배를 불릴 수 있는 따뜻한 음식이 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물건을 가져가도 제 가족은 기뻐합니다. 그러한 가족으로 인해 세상을 살아 갈 힘을 얻으니 기쁘고 행복할 수밖에요."
왕은 요리사를 물러가게 하고는 현명하다고 알려진 한 재상을 불러 요리사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그러자 재상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폐하, 저는 그 요리사가 아직 ‘99의 노예’가 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99의 노예..그게 무엇인가?" 하고 왕이 의아해하니 재상은 말했습니다.
"폐하, '99의 노예‘가 무엇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가죽 주머니에 금화 99개를 넣어서 요리사의 집 앞에 가져다 두십시오."
그날 저녁 왕은 재상의 말대로 금화 99개가 든 주머니를 요리사의 집 대문 앞에 몰래 가져다 두게 하였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요리사는 집 앞에 있는 주머니를 발견했고, 얼른 집안으로 갖고 들어가 금화를 세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금화는 99개였습니다. 그러자 요리사는 혹시나 한 닢을 어딘가에 떨어뜨렸나 싶어 집 안팎으로 금화를 찾으러 다녔지만 금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는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금화 100개를 마저 채워야겠다."
그 다음날부터 그는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출근해서 미친듯이 일에 몰두했습니다. 예전처럼 콧노래를 부르거나 휘파람을 불지도 않았습니다. 얼마나 일에 몰입했던지 왕이 자신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어제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요리사를 보면서 왕은 크게 놀랐습니다. 금화가 생겼는데 더 행복해지지 못하고 오히려 불행해지다니, 왕이 재상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폐하, 그 요리사는 이제 ‘99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99의 노예’란 가진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한 1을 채워 100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일에 매달리는 사람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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