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햇볕 걷기

샌. 2019. 8. 26. 13:13

 

아침부터 우울하다. 눈 뜨자마자 자동으로 확인하는 뉴스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국내나 국외 관계 모두 삐거덕거린다. 그동안 잠잠하던 단톡방에서도 '수꼴'의 목소리가 힘을 받으며 큰소리 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혜롭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 주었으면 좋겠다.

 

햇볕을 받고 싶어 한낮에 밖으로 나간다. 적당히 햇볕을 쬐야 하는데 덥다고 방안에만 있으니 우울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러 반바지를 입고 가볍게 배낭을 맸다.

 

 

자기 선전하는 국회의원과 'No Japan'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는 삼거리다.

 

 

 

집에서 20여 분 걸어 나가면 목현천이 나온다. 2년 전에 개울을 완전히 파헤치며 배관 공사를 했는데 금방 옛 모습대로 복원되어 있다. 백로나 왜가리가 자주 찾는 걸 보니 물고기도 다시 들어온 듯하다. 자연의 재생력은 놀랍다.

 

 

하천에 교각을 세우고 위에 도로를 만들었다. 여름에는 제일 시원한 곳이다.

 

 

우리 동네는 시민을 위한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 목현천 주변 빈터는 주차장으로 쓰인다. 앞으로 공설운동장이 이전하면 시민 공원으로 꾸며야 할 것이다.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갔다. 공설운동장 트랙에는 한낮이어선지 걷는 사람이 없다. 나 홀로 세 바퀴를 돌다.

 

 

이곳으로 온 지 어느새 9년째가 되었다. 하루 단위는 그렇지 않은데, 지나고 보면 세월은 훌쩍 흘러가 있다. 늙어서만은 아니다. 직장에 다닐 때도  하루는 늘 지겨웠다. 그러다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라고 나를 돌아보게 된다. 인생은 쳇바퀴다. 껍데기는 변하지만 본질적인 면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일부러 햇빛 비치는 길을 찾아 걷다. 직사광선을 받는 피부가 자글자글 반가워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자꾸 묻는다. 산다는 게 뭐지? 하늘은 구름 너머 그 뒤로 뒤로 끝없이 유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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