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뒷산 세 시간

샌. 2019. 8. 31. 16:28

 

당신에게 제일 편안한 장소는 어디입니까? 나한테 묻는다면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대답이 튀어나올 것이다. 뒷산이다. 뒷산길을 걸을 때 나는 제일 행복하다. 높지 않아도 뒷산의 품은 넉넉하고 따스하다. 뒷산은 말로 무엇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나 내 마음은 부드러운 위무의 손길을 느낀다. 모난 생각도 산길을 닮아 부드러워진다.

 

집에서 뒷산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바지런히 걸으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게 바삐 걷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세 시간에서 네 시간까지 걸린다. 숲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쉬는 시간은 마음의 포만감에 비례한다.

 

 

 

여름 산은 성가시게 달려드는 날벌레와 모기 때문에 짜증을 유발한다. 뒷산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도 뒷산 찾는 횟수가 뜸했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서늘하기까지 하다. 뒷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원상회복될 것이다.

 

 

어제 비가 내려서 혹 망태버섯이 있을까 살폈는데 시들어가는 한 놈을 만났다. 안녕히 계시라고, 이별의 인사를 하는 것 같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도 예사롭지 않다. 태양에서 1억 5천만 km를 날아온 광자(光子)는 지구별의 풀잎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그 사랑의 밀어를 화학반응식으로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저 빛의 터널로 들어가면 또 다른 우주로 가는 출구가 있을지 모른다.

 

이런저런 공상을 하며 산길을 걷는다. 참 행복한 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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