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세상에서 제일 공평한 것

샌. 2020. 1. 5. 11:16

해가 바뀌면서 누구나 똑같이 한 살이 보태진다. 찰나의 어긋남도 없다. 세상에서 제일 공평하다.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한숨 쉬며 억울해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을 충실히 못 살고 있다는 반증밖에 안 되는 짓이다.

 

강남에 사는 누구는 아파트값이 껑충 뛰었고, 지방에 사는 아무개는 도리어 값이 내려갔다. 같은 서울에서도 편차가 크다. 배가 아픈 게 인지상정이다. 만약 나이 먹는 것이 이와 같다면 어찌 되겠는가. 특정 지역에 사는 사람은 한 살이 늘어나는데, 깡촌에 산다고 열 살이나 더 먹는다면 억울하고 분통 터질 일이 아니겠는가. 세상사 중에서 흐르는 세월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졌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똑같이 나이 들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러나 미래에는 이마저도 불평등해질지 모른다. 우주선을 타고 광속 가까운 속도로 여행을 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10년 동안 우주여행을 하고 지구로 귀환했는데, 지구에서 시간은 100년이 흘렀다. 아는 사람은 다 죽고 아무도 없다. 속도에 따라서는 1,000년 뒤일 수도 있다. 극한 상황에서는 시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모 재벌 회장님은 6년째 병상 투병 중이다. 아마 미래였다면 돈 많은 회장님은 우주선을 탔을 것이다. 수년 간만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지구의 시간은 몇백 년이 훌쩍 지나갔다. 병을 치료할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되었을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또 우주여행을 떠나면 된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불평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정보와 자본이다. 이를 소유한 계층과 소유하지 못한 계층 간의 심각한 괴리가 일어날 것이다. 끝 시간마저 좌지우지하게 되면 누구는 백 살을 살지만, 누구는 천 살을 살기도 할 것이다. 슈퍼 계층은 영생을 누릴지 모른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아마 먼 미래 사람들은 원시시대 적 얘기라고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러나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는 믿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평등하게 주어진 일 년이라고. 인간의 능력으로 손을 못 대는 영역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은 행복한 시대인지 모른다. 주어진 일 년의 하드웨어에 어떤 소프트웨어를 짜 넣을지는 이 시대에 주어진 즐거운 각자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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