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근육 기르는 재미

샌. 2019. 12. 28. 13:33

올해는 산행이나 걷기에서는 낙제점이다. 다른 해에 비하면 활동량이 반 토막이 났다. 대신 헬스장에서 재미를 발견했다. 운동 영역이 야외에서 실내로 바뀌었다고 하겠다.

 

헬스장 안에 '인바디(InBody)'라는 체성분분석기가 있다. 원리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몸의 체성분, 골격근과 지방, 비만 등을 진단한다. 우연히 그 위에 올라섰는데 골격근과 체지방량이 표준 범위 밖으로 나왔다. 골격근은 뼈에 붙은 근육으로 신체 활동이나 운동과 관계있다. 25kg 이상이 표준인데, 나는 21kg으로 미달이었다. 근육 운동을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체지방도 표준을 한참 벗어났다.

 

그래서 목표가 생겼다. 늙을수록 근육이 중요하다는 데 최소한 표준값의 하한치에는 걸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근육 운동을 해보자고 결심한 게 늦여름이었다. 전에는 헬스장에 어쩌다 나갔고, 운동 강도도 설렁설렁이었다.

 

헬스장에서는 3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30분 정도는 아령을 비롯한 헬스 도구를 이용한 팔 근육 운동을 한다. 이제 4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몸의 변화가 나타나고다. 자전거 타는 레벨이나 아령 무게가 시작할 때보다 30% 정도 증가했다. 인바디에서의 근육량 값도 하한치에 접근하고 있다. 일차 목표는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때까지 근육 운동을 따로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게 왜 필요하냐며 답답한 헬스장에 나가는 사람을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큰소리쳐서는 안 된다. 사람이 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내가 헬스장 예찬론자가 될 줄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지난 겨울에는 소화가 안 돼서 엄청 고생했다. 배가 부글거리면서 잦은 설사가 나와 몇 달 동안 힘들었다. 안 그래도 위장이 약한데 겨울이라 밖에 안 나가고 몸을 움직여주지 않으니 소화 기능이 확 떨어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겨울마다 겪는 증상이다. 그때는 원인이 운동 부족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몸이 부실해서 원래 그러려니 했다.

 

헬스장에 나가는 올겨울은 깔끔하다. 아직은 속이 불편해서 신경을 쓰게 하지 않는다. 헬스장에서는 근육 운동을 하지만 그러자면 전신을 움직여야 한다. 땀도 촉촉이 배고 끝나면 적당히 노곤하다. 1시간여 움직이면 하루 운동량으로 충분하다. 단지 근육이 아니라 이제는 몸 컨디션을 위해서 헬스장에 나간다.

 

헬스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다. 어떤 사람은 심심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래서 재미있다. 헬스를 할 때만큼 내 몸에 집중하고 신경을 쓰는 때는 거의 없다. 시작할 때는 몸이 깨어나는 소리를 듣고, 차차 시간이 지나게 되면 몸이 즐겁게 반응하는 느낌이 온다. "날 이렇게 활기차게 해 줘서 고마워요! 주인님!"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길을 걷는 것에는 못 미치겠지만, 겪어 보니 헬스장은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다리만이 아니라 팔을 비롯한 전신 운동이 된다. 몸의 균형을 잡는 데는 더할 수 없이 좋다. 또한 날씨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다. 점점 자라나는 근육을 경험하는 재미도 있다. 멀리 나가는 건 귀찮고, 몸은 움직여야겠고,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딱 알맞는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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