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금강경[30]

샌. 2020. 9. 14. 10:59

"수보리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우주를 다 부수어 더 나눌 수 없는 작은 먼지로 만든다면 이 먼지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행복하신 분이시여, 참으로 많겠습니다. 저 먼지들이 참으로 '나'가 있는 먼지라면 부처님께서는 먼지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먼지는 먼지가 아니라 다만 먼지라 이름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행복하신 분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십억이나 되는 가없는 우주란 곧 우주가 아니라 우주라 이름할 뿐이겠습니다. 우주가 참으로 '나'가 있는 우주라면 그것은 곧 길이 바뀌지 않는 한 덩어리의 우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래께서는 '한 덩어리의 우주는 곧 한 덩어리의 우주가 아니라 한 덩어리의 우주라고 이름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수보리여, '한 덩어리의 우주', 이것은 말로만 있는 것이건만 밝지 못한 사람들은 이것을 참으로 있는 무엇으로 집착하고 있을 뿐입니다."

 

- 금강경 30('한 덩어리의 나'라는 생각, 一合理相分)

 

 

"이름할 뿐이다." <금강경>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말이다. <도덕경>의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과 연결 짓고 싶어진다. 두 경전이 품고 있는 가르침이 다르지 않다고 나는 본다. 둘을 비교하며 궁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원효대사가 좌우명을 하나 내려달라는 제자에게 말했다. "착한 일을 하지 말라." 제자는 의아해서 물었다. "그럼 악한 일을 하라는 말씀입니까?" 원효대사가 꾸짖었다. "착한 일도 하지 말라는데 어째서 악한 일을 생각하느냐." 착해지려는 마음도 아집이며 망념일 뿐이다. 있는 무엇으로 집착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무엇이고,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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