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로마 제국

샌. 2020. 12. 28. 10:17

 

로마 제국의 세 황제를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1부는 칼리굴라, 2부는 카이사르, 3부는 코모두스가 주인공인데, 각 부는 여섯 편으로 되어 있다.

 

거대한 로마 제국에서 권력의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이 다큐멘터리는 잘 보여준다. 칼리굴라나 코모두스 같은 정신 이상 증세를 가진 황제가 나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측근이나 심지어는 형제에게마저 배신당하는 환경에서 폭군으로 변해간다. 처음부터 광기가 있었다면 황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황제는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카이사르가 한 일을 보면 과연 영웅의 칭호를 들을 만한 인물이다. 이 드라마를 봐도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다만 너무 야망이 커서 문제였다. 실라리우스 전투, 갈리아 정복, 파르살루스 전투 등으로 권력을 손아귀에 쥐고, 마지막에 국면 전환을 위해 파르티아 정복을 계획하다가 암살을 당한다. 아마 이 전쟁에 승리하고 영웅이 되어 귀환한 뒤 종신 독재관의 꿈을 꾸었을지 모른다. 원로원 입장에서는 로마 공화정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간주했을 만하다.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이 날아가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으리라.

 

이태리 여행 중 로마의 유적지를 내려다보며 저기가 시이저가 암살당한 곳이라고 가이드가 알려주었을 때 감회가 남달랐다. 원로원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카이사르는 친아들처럼 아꼈던 블루투스의 칼에도 찔린다. "블루투스, 너마저!" 이 유명한 카이사르의 외침은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 점이 오히려 이 다큐의 신뢰성을 높인다. 권력과 내 이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곳이 정권의 핵심부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 지금도 정치를 다루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자기 아들 코모두스에게 황위를 물려준 것은 실수였다. 철인(哲人) 황제였어도 자식 사랑은 어찌할 수 없었는가 보다. 자격이 안 된 황제로 인해 로마는 몰락의 길에 들어선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에도 이 시대가 그려져 있다.

 

최근에 한 야당 정치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코모두스와 비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뭐가 닮았을까, 하고 더 신경을 써서 봤다. 첫째로, 코모두스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해방 노예를 중용해서 측근에 둔다.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되어 한바탕 피바람을 몰고 온다. 둘째로, 코모두스는 항상 원로원과 대립하면서 대신 로마 시민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을 쓴다. 시민이 열광하는 검투사 시합을 열고, 심지어는 자신이 검투사로 출전한다. 셋째로, 코모두스는 게르만과의 전쟁을 포기하고 평화조약을 맺은 뒤 황제에 즉위하기 위해 로마로 들어온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 포퓰리즘, 대북 평화 정책에 대한 비판인 듯하다. 그래서 나라가 망해간다는 얘기인데 글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로마 제국'은 드라마 형식이지만 사실에 충실한 다큐멘터리다. 필요할 때는 전문가가 나와서 해설을 해 준다.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바뀌는 카이사르부터 두 폭군인 칼리굴라와 코모두스를 통해 로마 제국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권력과 부를 향한 인간의 집념이 얼마나 끈질기고 집요한지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다만 쓸데없는 베드신이 자주 나오면서 청불이 된 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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