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방황하는 영혼

샌. 2010. 11. 17. 14:55


임의진님이 '갤러리 아이'에서 그림 전시회를 연다고 해서 다녀왔다. 그동안 글을 통해서 만난 선생의 자유인으로서의 삶이 늘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현대의 노마드 이미지다. 안내 팸플릿에는 다종예술가[total artist]로 소개되고 있다. 목사, 시인, 수필가, 가수, 화가, 여행가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어느 하나에 매이지 않는 삶을 사는 분이다.


그림은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현대미술에서 더 그렇다. 콜라병을 그린 앤디 워홀의 작품이 몇 백 억인가에 거래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 같은 문외한은 팝아트가 왜 그렇게 높은 가치를 지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번 임의진님의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생소한 양식에 내 감정이 따라가지를 못했다.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니다. 아마 익숙함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방황하는 영혼’이다. 선생의 삶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자유로운 영혼은 방황할 수밖에 없다. 자유인은 순례자며 영혼의 노마드가 되어야 한다. 특정의 종교나 이데올로기로 정의될 수가 없다. 선생은 글로 만난 적밖에 없지만 노마드적 속성과 쉽게 연결된다. 그러나 이번 그림에서 받은 느낌은 좀 엉뚱했다. 내 선입견으로는 선화(禪畵) 같은 분위기의 그림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시회 작품 중에 선생의 시도 한 편 있었다.


우리 어릴 적 작두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대면 그 물이

땅 속 깊이 마중 나가 큰물을 데불고 나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랑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 마중물 / 임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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