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베란다에 있는 제라늄이 거의 방치 상태다. 처음에 기를 때는 애지중지했는데 오래되다 보니 관심이 시들해졌다. 물 주는 것도 들쑥날쑥하고 분갈이는 생각도 안 한다. 그래도 제라늄은 한결같다. 사람이 쳐다보든 아니든 끝없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춥든 덥든 상관없다. 끈질긴 제라늄이다.
생명이 다해야 갖다 버리기라도 할 텐데 죽지도 않는다. 아무리 여러해살이풀이지만 이렇게 오래 살아갈 줄은 몰랐다. 10년 가까이 되니 줄기 아랫부분은 목질로 변했다. 나무처럼 분재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제라늄 덕분에 우리 집 베란다는 사시사철 꽃색으로 환하다. 대견하고 기특하다. 올봄에는 예쁘게 손질이라도 해 줘야겠다. 이번 겨울만 잘 견디거라. 그동안 신경을 못 써줘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