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뒷산을 찾다. 명색이 산이랍시고 오랜만에 오르는 산길에 숨이 가쁘다. 이제 날이 풀렸으니 산과 다시 친해져야겠다. 마침 동서가 등산화 두 켤레를 선물해서 그 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산길을 부지런히 다녀야겠다고 다짐한다.
산은 봄 기운이 넉넉히 느껴지지만 시각적으로는 별 변화가 없다. 오로지 생강나무가 병아리 색깔의 꽃봉오리을 내고 있다. 이제 폭발하듯 봄꽃들이 다투어 필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산길에서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나무 사이를 두리번거린다. 귀를 쫑긋하니 여러 노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작은 새를 시야에 넣기는 좀체 쉽지 않다. 오늘은 딱따구리를 만나는 걸 목표로 하고 조심스레 탐색한다.
올라가는 길에 쇠박새를 처음 만나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딱따구리가 나무를 파는 소리가 들린다. 산길 옆이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딱따구리 중에서도 오색딱따구리다. 10년 동안 뒷산을 찾으며 딱따구리가 나무를 파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러나 딱따구리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냥 흘려 넘겼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지니 여러 가지가 새롭게 보인다.
부리가 나무에 닿을 때 딱따구리는 눈을 질끈 감는다. 얼마나 세게 부딪치는지 나무 파편이 내 머리 위로도 날아온다. 머리가 받는 충격이 괜찮은지 걱정이 될 정도다.
구멍을 깊게 파는 걸로 봐서 둥지를 만드는 것 같다. 저렇게 줄기 위쪽에 둥지를 만들면 비를 막을 수 없을 텐데, 아니면 먹이를 구하는 걸까?
더 내려와서 또 다른 오색딱따구리를 만나다. 얘는 나무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다. 오색딱따구리는 배 부분의 무늬와 색깔이 예쁘다.
산길을 걸으며 새를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나하나 배우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즐거움이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가야 하는 불편함은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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