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새의 노래, 새의 눈물

샌. 2021. 4. 11. 10:56

새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새에 관한 책도 이것저것 찾아보게 된다. 이번에 본 책은 <새의 노래, 새의 눈물>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연구관으로 일하는 박진영 선생이 썼다.

 

어릴 때부터 새를 좋아했고, 그래서 대학도 새를 공부할 수 있는 생물학과로 진학했다는 지은이는 평생을 새와 함께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살아가길 누구나 소망할 것이다.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지은이 같은 분이 부럽다.

 

책에는 지은이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새를 찾아다니며 경험한 얘기가 사진과 함께 실려 있다. 실제 탐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 갯벌에서 도요새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만조 두세 시간 전에 도착해서 기다리라고 말한다. 바닷물에 밀려서 점차 육지 쪽으로 다가오는 도요새를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나 같은 초보가 귀담아들을 새에 대한 상식이나 탐조 노하우도 풍부하다.

 

새를 사랑하다 보면 작금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새들이 사는 보금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하는 종도 많아지고 있다.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새한테까지 관심을 두냐고 할지 모른다. 당연한 말이지만 새가 살 수 없는 땅이면 인간도 살 수 없다. 새에 관심을 가지고 새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고 지은이는 호소한다.

 

멸종 직전까지 갔다가 인간의 노력으로 복원에 성공해가는 새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따오기다. 동요로만 알고 있는 따오기는 20세기 초까지는 우리나라에 흔한 새였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쉽게 사냥되면서 사라지고 20세기 중반에는 희귀종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나타난 게 1960년대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1981년에 중국 오지에서 야생 따오기 다섯 마리가 발견되자 따오기 보호구역을 정하고 지킨 결과 30년이 지나서는 야생 따오기가 500마리를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에 중국에서 두 마리의 따오기를 들여와서 인공번식을 시도하며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따오기를 찍은 사진이 가끔 올라오는 걸 보면 자연에서 살아가는 따오기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황새나 저어새처럼 따오기 역시 수도권에서도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새소리가 들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구 역사에서 새는 사람보다 훨씬 오랫동안 살아왔다. 새가 사라지는데 사람이 문제 없이 살 수는 없다. 생명의 소리가 사라진 '침묵의 봄'은 끔찍하지 않은가. 지은이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새의 노래를 즐기고 싶은 만큼 새의 눈물도 닦아줄 줄 아는 마음, '사랑'과 함께 하는 '치유'의 손길들이 이 세상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바꿔 놓을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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