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문버드

샌. 2021. 4. 20. 12:09

몸무게가 100g 남짓하지만 평생 523,000km를 넘게 날았다.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다시 반쯤 돌아오는 거리다. 그래서 별명이 '문버드(Moon Bird)다. 이 새는 붉은가슴도요의 아종인 루파로 발에 찬 플랙에 적힌 이름은 'B95'다. B95는 산꼭대기만큼 높은 상공에서 먼 옛날부터 쓰였던 하늘길을 날아 번식지를 오간다. 매연 2월이면 B95는 남아메리카의 끝 파타고니아에서 캐나다 북극권으로 날아가 번식한 뒤 늦여름에 다시 남쪽으로 돌아온다.

 

<문버드>는 20년을 살면서 50만 km를 넘게 비행한 B95라는 한 작은 새에 대한 관찰 기록이다. 이렇게 작고 연약한 생명이 어쩌면 그렇게 강할 수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 절로 경외감이 인다. 얘들은 무엇 때문에 매년 지구의 끝에서 끝까지 긴 여행을 할까? 목적지까지 방향은 어떻게 잡고 기착지는 어떻게 알아낼까? 과학자들이 일부는 해명했다지만 신기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B95의 이동 경로를 보면 북상할 때는 세 번, 남하할 때는 두 번의 기착지가 있다. 제일 긴 구간은 브라질 라고아두페이시에서 미국 델라웨어 만까지 8,000km다. 이 긴 거리를 한 번에 쉬지 않고 난다. 기진맥진해서 델라웨어 만에 도착하면 투구게의 알이 기다리고 있다. 루파의 기착지는 마침 새의 먹이가 풍성한 때다. 여기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철새의 이동에 차질이 생긴다.

 

조사에 따르면 루파의 개체수는 1995년에 15만 마리에서 2015년에 3만 마리로 줄었다. 거의 80%나 감소한 셈이다. 제일 큰 원인은 기착지의 환경 변화다. 더 이상 먹이를 구할 수 없으면 철새는 번식지까지 가지 못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새에 관한 책을 보면 어느 책이나 새의 멸종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다. 인간과 철새는 공존할 수 없는가? 이건 인류의 미래와도 관계되는 심각한 문제다.

 

멸종은 자연에서 가장 큰 비극이다. 지난 5억 년 동안 대량 멸종이 다섯 차례 일어났다고 한다. 가장 최근이 멸종은 약 6,500만 년 전에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서 공룡과 많은 생물들이 사라진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여섯 번째 물결은 역사상 처음으로 한 종 - 호모 사피엔스 - 에 의해 무수히 많은 생명체를 쓸어버리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과학자들은 현재의 멸종 속도가 이어질 경우 앞으로 300년 안에 지구 생물종의 4분의 3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20년 동안에 루파의 80%가 사라진 것은 루파도 멸종 대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문버드'라는 별명을 가진 B95는 참으로 경이로운 새다. 지은이는 시시포스에 비유하며 가없는 노동 조건에서도 웃으며 버텨내는 그들의 강인함에 경탄한다. 인류의 번영이 다른 생명에게 희생으로 강요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지켜낼 책임은 인류에게 맡겨진 최대의 도덕적 과제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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