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나이트폴

샌. 2021. 4. 27. 14:47

 

대상포진에 걸려 집에 있으면서 본 넷플릭스 드라마다. 시즌 2까지 총 18편으로 되어 있다. 시대 배경은 14세기 초의 프랑스로 템플 기사단을 다루고 있다. 제목인 '나이트폴(KNIGHTFALL)'은 드라마 내용으로 볼 때 '기사단의 몰락'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템플 기사단은 예루살렘 성지 수호와 순례자 보호를 위해 12세기 때 만들어진 무장 조직이다. 이슬람 세력에게 예루살렘을 빼앗기고 유럽으로 돌아와서는 종교적 권위와 세속의 부를 쌓으면서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왕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당시 프랑스는 미남왕이라 불린 필리프 4세가 통치하고 있었다. 초기에는 템플 기사단과 상부상조하는 관계였으나 나중에는 적대적이 되고 결국에는 기사단을 해체시킨다. 이 과정에서 온갖 음모와 배신, 살상이 이어진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파리 템플 기사단의 마스터인 란드리인데, 왕비와의 불륜 관계가 드러나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역사 드라마는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나이트폴'은 상당 부분이 허구인 것 같다. 왕권과 교황권의 갈등 속에서 템플 기사단이 해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도 임의로 재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필리프가 교황을 공격한 아나니 사건을 드라마에서는 파리에서 일어난 일로 그린다. 무대가 완전히 달라졌다. 교황이 뺨을 맞은 것까지는 사실이지만 교살당한 것은 아니다. '나이트폴'은 말 그대로 드라마로 봐줘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필리프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운 아비뇽 유수도 이 시기에 일어났다. 드라마에서도 필리프가 교황을 수중에 갖고 놀 정도로 교황은 힘을 못 쓴다. 교황은 템플 기사단 해체에 대해 제대로 된 저항조차 못 한다. 이때가 되면 200년 전의 카노사의 굴욕은 옛 일이 되어 버렸다.

 

프랑스 카페 왕조는 필리프 4세를 정점으로 내리막 길을 걷는다. '나이트폴'에서도 왕실 내부의 암투와 배신을 실감나게 볼 수 있다. 권력 앞에서는 부자나 형제 사이도 순식간에 적으로 변한다. 드라마에서는 특히 필리프와 이사벨라 공주가 냉정하고 잔혹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사벨라는 영국 에드워드 왕에게 시집가서도 많은 일화를 남긴 여인이다.

 

1307년 10월 13일 금요일에 템플 기사단의 그랜드 마스터와 기사 50여 명이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하면서 템플 기사단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그 뒤에도 산발적인 저항이 있었지만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런 사건의 배후에는 필리프에게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교황청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막기 위해서는 가톨릭과 한 판 붙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트폴'은 14세기 프랑스 파리와 왕실 풍경, 그리고 템플 기사단의 조직과 활동 등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자극적인 볼거리를 만드느라 그랬겠지만 극적인 요소를 과다하게 강조한 점은 아쉽다. 어쨌든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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