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내가 사랑한 지구

샌. 2021. 4. 29. 11:31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면서 아름다운 이론이라고 감탄한 것 중 하나가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은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판들의 상호작용에 따라 지구에서 일어나는 지진이나 화산 등의 자연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렇게 잘 들어맞아도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한 이론이다. 이제 판구조론을 떠난 지질학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 <내가 사랑한 지구>는 판구조론이 등장하는 과정을 19세기 지질학의 초창기에서 시작하여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테노, 허턴, 스미스, 라이엘 등의 초기 지질학자들의 노력이 쌓여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을 낳고, 치열한 논쟁과 검명을 거치며 판구조론이라는 이론이 나오기까지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지질학자인 최덕근 선생이 썼다. 일반인이나 중고등학생이 읽으면 좋을 교양서적이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는 판구조론이 완성되고 있을 때였다. 해저 지형 연구를 통해 해저 확장과 대륙 이동이 확실해지면서 학계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호기심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던 베게너의 대륙이동설이 각광을 받았고, 다이내믹한 지각의 움직임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등장할 기반이 점차 마련되고 있었다.

 

지구 표면은 7개의 큰 판과 7~8개의 작은 판으로 되어 있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현상들은 이 판들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판구조론으로 수 억 년 전 지구 모습에서 수 억 년 뒤 모습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판을 이동시키는 힘이 무엇이냐는 아직 해명되지 않은 것 같다.

 

하강한 해양판이 맨틀 바닥까지 내려가면 원래 있던 물질을 밀어내고, 밀려난 뜨거운 맨틀 물질은 위로 상승한다. 맨틀이 상승하는 통로를 플룸이라고 부르는데, 플룸은 지표면에서 열점으로 나타난다. 하부 맨틀에서 올라오는 이 흐름을 '거대 상승류(superplume)'라고 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남태평양과 아프리카에 플룸이 있다고 한다. 판의 이동은 이 플룸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판구조론과 지구 내부의 움직임을 함께 연결지은 통합 이론도 조만간 등장할 것이다.

 

지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면서, 근원적으로 말하면 우리 몸과 다르지 않다. 넓은 눈으로 본다면 지구는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속이 뜨거운 행성이다.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지구의 역동성을 상상하면 우리가 지구를 바라보는 시각도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다는 점이 과학 지식의 유용함이 아닐까.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약용의 여인들  (0) 2021.05.09
다읽(10) - 좀머씨 이야기  (0) 2021.05.05
나이트폴  (0) 2021.04.27
문버드  (0) 2021.04.20
풍운아 채현국  (0) 2021.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