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다산, 행복의 기술

샌. 2021. 4. 8. 08:13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은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임금의 총애를 받으며 정사의 중심에 있었으나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18년간 유배 생활을 해야 했다. 형제들도 죽거나 유배를 가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그야말로 폐족이 되었다. 이런 고난 속에서 다산은 자신의 내면적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만의 행복을 찾아나갔다.

 

<다산, 행복의 기술>은 다산의 삶과 고난을 따라가며 어떻게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를 살핀다.

 

다산은 갑작스러운 권력 상실의 트라우마, 배신감, 모욕감, 유배지에서의 고독, 부자유의 고통, 경제적 고통 등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남들 같으면 포기하고 좌절했을지 모르나 다산은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그 가운데서 의미를 찾으며 행복으로 가꾸어 나갔다.

 

인간은 고통스러울수록 행복을 갈망한다. 누구나가 바라는 행복이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는 사람은 흔치 않다. 다산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삶이란 누구에게나 쉽고 평탄하지 않다. 경중의 차이가 있겠으나 사람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고통을 직시하고 치유하며 살아나가야 한다. 다산의 경험을 참고로 해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보는 것이 이 책이 설명하는 바다.

 

<다산, 행복의 기술>의 목차가 대체적인 내용을 말해준다.

 

- <주역> 탐구와 치유

- 저술과 교육을 통한 치유

- 역사적인 인물과의 교감을 통한 치유

- 종교와 자연을 통한 치유

- 도덕적 삶과 행복

- 청복의 즐거움

- 가정의 행복

- 백성을 위한 공공의 행복

 

다산은 독서, 글쓰기, 교육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독서에서 만나는 선인들과 교감하면서 용기를 얻고 위안을 받았으리라. 역사 속에서 고난을 당한 인물들의 삶을 자신과 견주어 보며 고난이 반드시 나쁘지는 않고 의미 있는 삶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인물로는 굴원, 가의, 이백, 한유, 소식 등이 있다. 

 

다산은 복을 열복(熱福)과 청복(淸福)으로 구분한다. 열복은 세속적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복이고, 청복은 자연과 전원 속에서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웰빙을 즐기는 복이다. 청복에는 독서나 학문적 탐구를 통한 지적인 만족도 포함한다. 다산은 30대에는 벼슬을 지내면서 열복을 누렸지만, 40대에 들어 유배 생활을 하게 되면서 청복으로 전환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다산은 고난 속에서도 청복의 꿈을 실현함으로써 나름의 행복을 향유했다 하겠다.

 

또한 다산은 가난과 수탈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행복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개인적 차원의 행복을 넘어 공공의 행복을 고민한 것이다. 개인의 고통과 아픔을 학문으로 승화시키는 동시에 백성의 행복을 위해 지식인의 소임을 다하는 데서 자신의 행복을 완성했다. 다산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장승구 선생이 쓴 <다산, 행복의 기술>은 100쪽 정도의 소책자다. 다이제스트 같은 요약본이지만 다산의 삶과 내면을 개관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모든 위대한 인물은 고통에 무너지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이루어냈다. 우리가 다산을 존경하는 것은 그분의 학문 세계만 아니라 고난에 꺾이지 않는 불굴의 삶과 고귀한 정신이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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