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돌아오는 길 / 박두진

샌. 2021. 5. 2. 14:49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 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 있었다

 

한참을 걸어오다

뒤돌아봐도

그때까지 혼자서

앉아 있었다

 

- 돌아오는 길 / 박두진

 

 

'붉은머리오목눈이'를 알게 된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나이 일흔이 되어서야 이름을 불러주게 되다니, 그동안 뭘 하며 살았는지 자책이 되었다. 이 동시에 나오는 '비비새'가 붉은머리오목눈이다. 또는 '뱁새'라고도 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에 나오는 바로 그 뱁새다.

 

살펴보니 비비새, 즉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주 눈에 띈다. 얼굴이 통통한 게 무척 귀엽게 생겼다. 대체로 갈대 덤불 속에서 무리를 지어 지낸다. 그런데 여기 묘사된 비비새는 특이하다. 혼자서 그것도 전봇줄 위에 있는 경우는 비비새의 습성상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리에서 떨어져 길을 잃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은 비비새가 안쓰러워 자꾸 뒤돌아본다. 동시에 시인 또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지금의 내 심정도 이에 다르지 않아 이 시의 장면을 자꾸 머리에 그려보게 된다.

 

다산생태공원의 비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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