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두 숟갈처럼
몸무게가 25그램밖에 나가지 않는
작은 북방사막딱새는
남아프리카에서 북극까지
삼만 킬로미터,
지구 한 바퀴를 난다고 한다.
살다가 가끔
내 몸무게보다 마음의 무게가
몇 백 배 더 무겁고 힘들고 괴로울 때
나는,
설탕 두 숟갈의 몸무게로
지구 한 바퀴를 날고 있을
아주 작은 새 한 마리
떠올리겠다.
- 몸무게는 설탕 두 숟갈 / 임복순
언젠가 길을 가다가 건물 옆에 쓰러져 있는 작은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어딘가 부딪쳐서 잠시 기절한 것 같았다. 다치지 않도록 옆 화단으로 옮길 때 내 손바닥 위에 올려진 새의 무게에 깜짝 놀랐다. 깃털 하나 놓인 듯 전혀 무게감이 없었다. 이렇게 가벼운 생명체도 있구나, 경탄스러웠다.
북방사막딱새는 25그램, 설탕 두 숟갈의 가벼운 몸무게로 거센 바람과 맞서며 지구 한 바퀴를 날아간다.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 찾아오는 도요새도 호주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비행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하면 거의 탈진 상태가 된다고 한다.
태평양 망망대해를 건너고 있을 작은 새 한 마리를 떠올려 보자. 남은 한 방울의 기력까지 다 짜내어 수백 만 번의 고단한 날갯짓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가냘픈 작은 새이지만 생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 내 몸무게보다 몇 백 배 더 무겁고 힘들고 괴로운 마음의 무게는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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