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지만 나에게 올 5월은 너무 힘겨운 달이다. 많이 지치고 심신이 녹초가 되어 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꽃구경하러 바깥나들이 한 번 나가지 못했다.
제일 괴롭히는 건 7주째 계속되는 대상포진이다. 포진은 가라앉았으나 아직도 개미 한 마리가 얼굴을 기어다니고 있다.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눈 밑에서 입술까지 흉터가 띠 모양으로 나 있다.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지만 원래 상태로 돌아갈지 의문이다.
이달 중반에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일이 생겼다. 그 탓으로 위장에 탈이 났다. 속이 부글거리고 소화가 안 되니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마음의 평형이 깨지면 내 위장은 즉각 반응한다. 한동안 괜찮았는데 외부 충격에 약한 체질은 어쩔 수 없는가 보다. 며칠을 참다가 내과에 가서 처방을 받았다. 대상포진 약이 사라지자마자 위장약이 다시 가득하다.
그뿐이 아니다. 눈이 아파서 안과 신세를 졌고, 허리마저 삐끗해서 며칠간 누워 있어야 했다. 어지간하면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예외였다. 워낙 여럿을 상대해야 해서 혼자 버티기에는 너무 힘들어서였다. 평년이라면 한 해에 경험할 몸의 이상인데, 무슨 사연인지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몰려온 2021년의 5월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산책을 나간 날, 집 앞 화단에 핀 작약이 약 올리듯 찬란하다. 그래, 다음주에 다시 보자꾸나. 그때는 내가 널 동정할 수도 있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