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나무

각연사 피나무

샌. 2010. 10. 29. 12:41


충북 괴산에 있는 각연사(覺淵寺) 비로전 앞에 피나무가 한 그루 있다. 대개 보리수나무라 부르는데 절에서 잘 심는 나무다. 불교에서 보리수(菩提樹)를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부처님이 오랜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 지방에서 자라는 보리수는 우리나라 기후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보리수와 닮은 피나무를 대용으로 절에 심는 것이다. 이 피나무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 피나무 껍질은 굉장히 질겨서 옛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했다. 지게나 미투리, 망태 등 피나무 껍질로 많은 것을 만들어 썼다. 그래서 피나무의 ‘피’는 껍질[皮]을 의미하는 말이다.


보리수나무라고 하면 헛갈리기 쉽다. 석가모니의 보리수는 핍팔라(Pippala)라 불리는 인도보리수다. 우리나라에서 보리수로 오해하고 있는 나무는 피나무다. 그리고 식물분류학적으로 보리수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는 따로 있다. 주로 정원에 심는데 사람 키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키작은나무다. 여름에 흰 꽃이 피고 가을이면 빨간 열매가 달린다. 셋은 과(科)가 완전히 다른 나무다.


각연사의 피나무는 V자형으로 갈라진 줄기가 늘씬하다. 나이는 오래 되어 보이지 않는다. 비로전에 앉아 계신 비로자나부처님이 심심하시지는 않겠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한가해지면 나무와 부처님은 하루에 있었던 일을 주고받으실지 모른다. 누구는 절하는데 영 딴 생각을 하더라며 같이 껄껄 웃기도 할 것이다. 밤하늘의 별들도 둘만의 비밀스런 얘기를 들으려고 조용히 귀를 기울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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