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살사리꽃

샌. 2010. 10. 20. 11:45

 

살사리꽃은 코스모스의 우리 이름이다. 자주 쓰이지 않아 낯설지만 가만히 불러보면 코스모스보다 더 정겹게 느껴진다. 가을 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으리라.

 

살사리꽃은 멕시코가 원산지다. 18세기에 유럽으로 전해져서 우주와 조화라는 뜻의 코스모스(cosmos)로 명명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에 선교사를 통해 들어왔다고 한다. 고작 백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꽃보다도 더 한국적인 꽃으로 자리잡았다. 살사리꽃이 핀 풍경을 제외하고 한국의 가을을 말 할 수는 없다. 누구나 살사리꽃에 얽힌 그리운 추억 하나 쯤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고향에도 마을 앞 신작로를 따라 가을이면 살사리꽃이 활짝 피었다. 눈을 감으면 키다리 미루나무 아래 살사리꽃 물결이 선연하게 떠오른다.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면 이 살사리꽃을 따서 놀면서 갔다. 꽃잎을 하나씩 건너서 딴 뒤 높은 곳에서 놓으면 팽이처럼 돌면서 떨어졌다. 또 꽃을 손가락에 끼우고 동무등을 세게 때리면 흰 옷에 살사리꽃 무늬가 찍혔다. 꽃이 지고 씨앗이 맺히면 전교생이 신작로에 나와 씨앗을 모았다. 손가락에 닿던 까칠한 감촉도 아련히 떠오른다.

 

김제에 갔더니 모든 도로가 이 살사리꽃 천지여서 장관이었다. 지평선 축제를 겸해서 살사리꽃을 대규모로 심은 것 같다. 좋은 구경거리였지만 어렸을 적의 그소박했던 꽃길 이미지는 아니었다. 그 시절 아름다웠던 살사리꽃길은 내 마음 속에서만 살아 있다.

 


< 한강 >




< 김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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