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은 늦가을 막바지까지 산야를 지키는 꽃이다. 노란 감국이 진 자리에 푸른 용담은수줍은 듯 피어 있다. 용담의 하늘빛 색깔은 은은하면서 신비하다. 통꽃인데 가운데는 크고 깊은 구멍이 뚫려 있다. 웜홀처럼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의 입구 같다.
‘용의 쓸개’라는 뜻의 용담(龍膽)은 맛이 무척 써서 생긴 이름이다. 뿌리는 항암효과가 있어 약초로 쓰인다. 용담의 꽃말은 ‘당신의 슬픈 모습이 아름답다’ ‘당신이 슬플 때 사랑한다’라고 한다. 푸른색이 슬픔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꽃말을 제목으로 한 시가 한 편 있다.
내가 꽃 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 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 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 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대며 그대 주저앉은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 높이에서 핀다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용담꽃,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복효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