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향기

달맞이꽃

샌. 2010. 10. 12. 09:39


달맞이꽃은 아침에는 꽃잎을 닫고 저녁이 되면 꽃잎을 연다. 다른 꽃들과는 반대다. 그 이름이나 행동에서 달님을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한자 이름이 월견초(月見草)라고 하니 달과 달맞이꽃은 하늘과 땅의 천생연분인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달을 사모하던 님프가 죽은 자리에서 달맞이꽃이 피어났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박각시’라는 야행성 나방으로부터 수분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런 식으로 진화되었다고 한다. 박각시는 주로 박꽃을 수분시키는 나방이다. 박꽃도 달맞이꽃처럼 밤에 꽃잎을 활짝 연다. 보름달빛 아래 초가지붕에 하얗게 핀 박꽃의 정경을 상상해 보라. 달맞이꽃이나 박꽃은 ‘밤의 요정’으로 불러도 좋을 법하다.


신석정 시인의 시 한 편을 올린다. 시에 나오는 자양화(紫陽花)는 수국을 가리킨다.


황혼이 흰 돛을 달고 돌아나간 뒤

노란 월견초가 함빡 피었다


밤들어 정원은 무척 숙성하여

크나큰 산림처럼 깊고 조용하여


자양화 애틋한 빛깔이 맑고

월견초 담담한 향기 벅차


이윽고 저 숲새로 푸른 별이 드나들고

은하수 흰 물결이 숲을 비껴 흐를 게다


일림아 어서 란이를 데리고 나오렴

이끼 낀 돌에 앉아 머언 하늘을 바라보자


- 월견초(月見草) 필 무렵 / 신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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