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독고다이 기질

샌. 2021. 10. 28. 13:29

독고다이 : 스스로 결정하여 홀로 일을 처리하거나 그런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는 독고다이의 뜻이다. 일본말이지만 엄연히 우리말 사전에 실려 있다. '특공대(特攻隊)'의 일본 발음이 독고다이다. 조직적인 집단에 속하지 않으면서 홀로 임무를 수행하는 단독자가 독고다이다. 군대나 건달 세계를 떠나 범위를 넓히면 사회의 아웃사이더도 독고다이의 기질과 통한다고 하겠다.

 

어느 분의 글에서 독고다이를 재해석한 걸 보았다. 그분은 독고다이를 한자로 '獨固多異'라 옮겼다. '혼자만을 고집하면서 많은 이와는 다르다' 라는 뜻이다. 독고다이의 원뜻을 살린 재미있는 조어다. 아니면 독고를 '獨孤'라 써도 좋을 것 같다. 독고다이라는 어감에는 사회의 일반적인 관습이나 상식과 다르게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떠오른다.

 

이렇게 독고다이의 의미를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나에게도 독고다이 기질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만나면 상대와 생각의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다. 여럿이 어울릴수록 나는 혼자라는 의식이 강해진다. 내 의식 세계는 그들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음을 느낀다. 혼자 있을 때는 가려져 있던 외로움이 사람들과 만나면서 드러난다. 말 그대로 '獨孤多異'다. 다만 전장에서처럼 공격적이지 않을 뿐이다.

 

함께 여행을 가도 나는 너무 오래 무리 속에 있으면 불안하다. 그래서 짬을 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애쓴다. 집단에서 빠져나오려는 모습에 일행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여럿이 가는 산행도 마찬가지다. 산길에서는 섞이기보다 가능하면 홀로 떨어져 걷는다. 요즈음 내 산행의 9할은 홀로 산행이다. 그게 제일 마음이 편하고 좋다.

 

사람이 사회 생활을 하는 데 내 취향만 고집하고 편한 것만 찾을 수는 없다. 타인의 의사를 존중하며 전체의 결정에 따를 줄도 알아야 한다. 알지만 잘 안 되는 게 내 고민이다. 이번에 대학 동기들과 4박5일 여행 계획을 짜면서도 마찰이 있었다. 아무래도 사회성이나 타인과의 융화에서 나는 낙제다. 더 심해지면 괴팍한 노인네라고 할지 모르겠다. 제발 독고다이가 늙은 아집(我執)으로 연결되지 않기를.

 

인생은 독고다이라고 한다. 어차피 인생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는 온전히 혼자가 되어 죽음과 대면한다. 즉, '獨孤 Die'다. 그 뒤에는 절대무(絶代無)와 정적(靜寂), 조병화 시인의 노래처럼...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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