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작은 산 둘을 연계하여 걷는다. 백마산 줄기에 있는 마름산과 맞은편에 있는 국수봉을 잇는 길이다. 동네 뒷산 정도라 등산이라 할 수 없는 평이한 산길 걷기다.
어느새 산은 가을물이 들기 시작한다. 나무들 사이로 너른골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요사이 오전에는 습도가 높아 시야가 깨끗하지 않다.
일요일 아침, 아내는 성당에 가고 나는 산길을 걷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산길을 걷는 것이 종교의식으로 신을 경배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신의 은총을 가리키는 표상이 아닌가. 성스런 예술품으로 둘러싸인 자연의 예배당에서 내 영혼은 맑고 순수해진다. 지저귀는 새소리, 속삭이는 바람소리는 신을 향한 찬미가다. 나는 존재의 근원과 연결된 듯한 경외감과 평온에 잠긴다. 이 또한 일종의 종교심이 아닐까.
산길은 노랗게 익어 있다. 휴일이건만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까이 있는 이 아름다운 길은 잊어버린 채.
마름산을 내려와서 '무명 도공(陶工)의 비'를 지난다.
도로를 건너 국수봉으로 간다. 곤지암, 이천을 거쳐 충주로 가는 도로다.
국수봉으로 가는 산길도 고즈넉하다. 편안한 산길을 1km 정도 걸으면 국수봉에 닿는다.
국수봉(國守峰)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이 청군에 포위되어 위급할 때 경상좌도 병마절도사였던 허완(許浣)이 군사를 이끌고 북상하다 이곳에서 청군과 전투가 벌어져 패퇴한 곳이다.
산 정상에 전망대가 있다. 너른골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제일 전망이 좋은 곳이다.
내려가는 산길에 누가 국화를 정성스럽게 심어 놓았다.
하산해서 보이는 국수봉 능선이다.
오늘은 집 가까이 있는 두 산을 합쳐서 한 번에 걸어 보았다. 쌍령동 외곽을 한 바퀴 돈 셈이다. 이렇게 새 코스를 만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16,000보 정도의 걸음수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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