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반짝이는 가을빛에 이끌려

샌. 2021. 11. 3. 10:52

 

반짝이는 가을빛에 이끌려 점심을 먹고 뒷산에 올랐다. 그냥 집에 있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였다. 오랜만에 올라본 뒷산은 이미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뒷산에는 단풍나무가 없다. 8할 이상이 참나무 종류다. 그래서 가을 단풍은 황색이 주종을 이룬다. 같은 황색 계열이더라도 나무에 따라, 단풍 드는 시기에 따라 색깔이 무척 다양하다. 일 년 중 숲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단장을 할 때다.

 

뒷산은 가볍게 오른다. 배낭도 없이 맨몸으로 오르니 다이어트를 한 뒤 마냥 가뿐하다. 그동안 등산으로 몸을 길들여놓은 원인도 클 것이다. 산 속은 온통 가을의 한복판이다. 이런 때 시 몇 편 꺼내 읽어보는 건 또 어떠리.

 

 

숲 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도 많이, 성글어졌다

 

- 단풍 / 나태주 中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中

 

 

나의 생이여 즐거운가 그렇다면 그 즐거움은

단풍 들 때 동맥 끊듯 끊어지거라

행여 도적같이 지나온 전생이었든

혹여 찰나같이 닥쳐올 내세이든

 

- 단풍 들 때 / 정세훈 中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中

 

 

저리 밝은 것인가

저리 환한 것인가

나무들이 지친 몸을 가리고 있는 저것이

저리 고운 것인가

 

- 단풍 / 신현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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