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인간세 속에서 버둥대다가 자연 속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은 내가 마음의 위안을 받는 장소다. 반대편에는 낮은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강 가운데 생긴 모래톱에는 한 그루 버드나무가 인자한 할아버지로 앉아 있다. 버드나무가 자리한 곳이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버드나무는 다정하고 의젓하다. 나무를 마주보고 가만히 서 있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버드나무는 말 없는 가르침을 설하신다. 그러나 고압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미풍처럼 부드러운 속삭임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 다른 버들도 있지만 모양이 대조적이다. 이처럼 균형 잡힌 몸매가 아니다. 각자 살아온 이력이 외양에 나타나고 있다. 이 버들은 단지 운이 좋았던 것일까. 두 그루의 나무가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둘은 생존의 지혜를 배웠다. 서로 아귀다툼을 하는 대신에 공존의 슬기를 나눈 것이다.
봄이 가까웠나 보다. 그늘진 곳에는 아직 일부 눈 흔적이 남아 있지만 강물은 완전히 풀렸다. 나무는 움을 내밀기 위해 벌써 한참 전에 기지개를 켜고 겨울잠에서 깨어났을 것이다. 자세히 보니 이미 가지 색깔이 달라진 것도 같다. 네 몸의 간지럼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우리 같이 찬란한 봄을 맞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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