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종다리를 만나기 위해 불암산에 올랐다. 산행 들머리는 불암사였다. 불암사(佛岩寺)는 남양주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쪽에 비하면 찾는 사람이 적어 조용하고 주차 공간이 넉넉했다.
낮 기온이 10도까지 올라 겨울 점퍼는 일찍부터 벗어야 했다.
불암사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석천암(石泉庵)을 지난다. 이름으로 볼 때 바위에서 석간수가 솟아나는가 보다. 수직으로 선 너른 바위에는 푸근한 느낌의 미륵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겨울이 지나가는 한낮의 따스한 햇살에 절집의 개 두 마리가 오수중이시다. 가까이 다가가니 귀찮다는 듯 무거운 눈을 겨우 뜨고 쳐다보더니 이내 무시해 버린다. 절집에서는 개들도 순해진다.
불암사에서 정상까지는 1.6km 정도밖에 안 된다. 한 시간 정도면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불암산 등산 길 중 여기가 제일 짧은 코스가 아닌가 싶다.
바위종다리는 바위로 된 산 꼭대기에서 산다. 왜 이렇게 높고 척박한 곳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더욱 호기심이 생기는 새다. 오랫동안 바위종다리를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이 날 불암산에서 본 바위종다리는 대략 예닐곱 마리였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사람 곁에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얼마나 가까이 오는지 카메라 핀트가 맞지 않을 정도였다. 귀여우면서도 무척 강인하게 생겼다.
바위 절벽에서 한 마리가 아래를 응시하고 있다.
깃털을 고르기도 하고...
한 방향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시선이 매섭다.
밑에서 호응하는 다른 녀석이 있다.
만나고 나니 눈길이 부드러워진다.
산 정상에서 한 시간 정도 바위종다리와 함께 잘 놀았다. 카메라를 겨누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뭘 그렇게 열심히 찍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에게는 새가 잘 보이지 않는가 보다.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뒤로하고 내려가는 발길을 떼기가 아쉬웠다. 작은 생명이 살아가는 모습이 안스러우면서 기특했다.
불암산 정상에서는 서울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도봉산과 북한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풍경 역시 아름다웠다.
* 산행 시간: 3시간 30분(10:30~14:00)
* 산행 거리: 3.2km
* 산행 경로: 불암사 - 석천암 - 정상 - 석천암 - 불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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