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봄비가 내리고 땅이 촉촉해져서 텃밭에 나가 이랑을 다듬었다. 며칠 전에 사다 놓았던 거름을 뿌리고 흙과 잘 섞어주었다. 작년보다는 이랑이 제 모습을 갖추었다.
텃밭은 백 퍼센트 아내 몫이다. 나는 요청이 있을 때만 도와준다. 힘이 필요한 일이거나, 또는 두 사람의 손이 있어야 할 때다. 올해 무슨 작물을 심을지 아내 머릿속에는 있겠지만, 나는 알지 못한다. 텃밭 농사가 시작되니 아내는 설레는 기색이 여실하지만, 나는 무덤덤하다. 솔직히 일을 도와달라고 하면 좀 귀찮다. 그래도 약간의 땀을 흘린 뒤 정리된 텃밭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일을 마치니 다시 빗방울이 한둘씩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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