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겨울옷 벗은 강물을 바라보다

샌. 2022. 3. 17. 18:55

요 며칠 동안 감정 소비가 컸다. 지난주에 실시한 대통령 선거 후유증이다. 동기 단톡방에서 논쟁이 일었고, 결국 방에서 나와 버렸다. 더 이상 조롱과 비아냥을 보고 있기 어려웠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문재인 머저리는 노무현처럼 뛰어내리지도 못할 거야."

"윤석열 대통령이 좌파 연놈들을 조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통쾌하다."

 

몇 차례 자제를 부탁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이 나라를 공산주의로 몰고가려 한 죄과는 받아야 한단다. 무릎 꿇고 반성부터 하란다. 다른 동기들은 침묵하고 나만 반대 목소리를 내다가 그만 뛰쳐나와 버렸다.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였다.

 

원래는 수리산 변산아씨를 만나려 했으나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수난을 겪는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 대신 넓고 유장한 강물이 보고 싶었다. 날은 잔뜩 흐렸다.

 

 

다산생태공원에서 보는 한강은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댐에 갇혀서 호수로 되었다. 얼마 전까지 응달진 곳에는 얼음이 있었는데 강물은 이제 겨울옷을 완전히 벗었다.

 

물멍을 위해 물가에 앉았지만 잡념이 잠시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곧 일어나 초록색으로 표시된 다산길을 걸었다. 나무에 초록잎이 돋으면 이 길은 더욱 가까이하고 싶은 길이 될 것이다.

 

 

강변의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누군가의 별장이 부러웠다. 부자가 된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얼마만큼이나 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산수유가 활짝 폈고, 목련도 금방 피어날 것처럼 봉오리가 촉촉하다.

 

 

새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더해졌다.

 

▽ 딱새

 

 

▽ 노랑턱멧새, 내 머리 위 가까이에서 고운 노랫소리를 오랫동안 들려줬다.

 

 

▽ 오색딱다구리

 

 

▽ 오목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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