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손주와 산책

샌. 2022. 3. 21. 10:17

 

코로나에서 벗어난 손주한테 찾아가서 집 주변을 함께 산책하다. 두 주 전에 제 어미가 밖에 나갔다가 코로나에 걸리고 손주도 따라서 감염되었다. 둘은 열흘 정도 격리 생활을 했다. 이제 회복되었지만 맛 감각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에 걸려서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손주는 반대로 싱글벙글이다. 학교와 학원에 안 가고 엄마와 종일 함께 있으면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니 신이 날 만도 하다. 내일부터 학교에 가야 한다니까 시무룩해진다.

 

손주는 동네에 사는 고양이들과 친구가 되어 있다. 먹이가 든 봉지를 들고가니 서너 마리가 다가온다. 얘들은 사람을 피하지 않는 걸 보니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들 같다. 먹이가 탐나서인지 산길까지 따라온다. 

 

 

손주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만난다. 할아버지한테는 손주에 대한 귀여움과 함께 생명의 신비에 대한 경탄이 공존한다. 나는 입버릇이 되어 "이놈 언제 다 클까"라고 말하지만 한 순간임을 잘 안다. 동시에 저 나이 때의 내 어린 시절을 손주를 통해 언뜻 들여다본다. 육십갑자의 세월이 길면서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