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저녁 산책

샌. 2022. 4. 29. 10:45

저녁을 먹고 주택가 골목길을 산책하다. 여기는 구시가지라 허름한 단독주택과 연립 형태의 집이 많다. 도로와 면한 곳은 정비가 되었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6, 70년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정감이 가서 자꾸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게 된다.

 

초저녁인데도 벌써 인적이 끊어지고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눈에 띈다. 멀리서 웅웅거리는 자동차 소음 외에는 조용하다. 저 불빛이 환한 창은 어느 집 부엌인가 보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수한 음식 냄새가 골목으로 흘러나온다. 잠시 발을 멈추고 음악을 감상하듯 눈을 감는다.

 

고시원 작은 방들에도 불이 들어와 있다. '청운의 꿈'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푸른색의 구름이라는 청운(靑雲)은 젊은이의 야망을 표현한 아름다운 말이다. 우리 때는 많이 썼는데 요사이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계급의 고착화가 심해진 탓이 아닌가 싶다.

 

도로변의 한 커피점은 손님이 없이 불만 환하다. 텅빈 가게를 지키는 주인의 심정을 생각해 본다. 코로나가 덮치면서 자영업자들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낮에 부안 쪽을 다녀왔는데 관광지에는 빈 가게들이 많았다. 코로나에서 벗어나더라도 경기가 그다지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코로나가 주는 교훈이 아니던가. 지금처럼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는 우리의 미래가 깜깜하다. 코로나의 세가 꺾인다고 '보복' 쇼핑이니 '보복' 관광이니 하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우울해진다.

 

주머니에서 S22를 꺼내 골목 풍경을 담아본다. 방향 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금새 한 시간이 지난다. 쓸데없는 상념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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