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성지(33) - 치명자 성지

샌. 2022. 4. 28. 11:55

성지 48. 치명자 성지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치명자산(致命者山)은 1801년에 순교한 유항검 일가의 합장묘가 있는 성지다. 원래 산 이름이 승암산(僧岩山, 중바위산)이었는데 김제에 가매장되어 있던 시신을 1914년에 이곳으로 옮겨 모시면서 치명자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치명자는 순교자란 뜻이다. 산 정상부에 유항검(柳恒儉) 아우구스티노와 부인 신희(申喜), 둘째 아들 유문석(柳文碩), 조카 유중성(柳重誠), 제수 이육희(李六喜), 동정부부인 유중철(柳重哲)과 이순이(李順伊)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1801년 신유박해가 터지자 전라도에서 제일 먼저 체포돼 서울로 압송된 유항검은 대역부도죄로 능지처참형을 받고 전주감영으로 이송되었다. 그리고 1801년 10월 24일 남문 밖에서 45세의 나이로 참수되었다. 이복동생 유관검에 이어 11월 14일에 두 아들 유중철과 유문석, 다음해 1월 31일에 부인 신회와 며느리 이순이, 조카 유중성과 제수 이육희가 순교했다.

 

조정에서는 유항검 일가의 흔적을 없앨 요량으로 처형과 함께 파가저택(破家潴宅) 형을 내렸다. 살아넘은 노비와 친척들이 은밀히 시신을 수습해 고향인 초남 땅에 묻지 못하고 김제군 재남리에 가매장했다. 1914년 전동성당의 보두네 신부와 신자들이 그들의 유해를 치명자산에 모셨다.

 

순교자 가족묘 아래에 있는 산상기념성당

 

순교자 가족묘의 십자가 옆에 바위 형상이 기도하는 성모마리아를 닮았다.

 

 

이 바위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노승(老僧)의 옆모습을 하고 있다. 

 

산상기념성당 전망대에서 보이는 전주 시내
옹기가마 모양을 한 경당

 

오랜만에 찾은 치명자 성지는 넓은 광장과 '평화의 전당' 건물이 새로 들어서 낯설었다. 산 높이 있는 순교자 묘와 십자가, 산상기념성당은 전과 다름없었다. 그때와 달리 다리가 아픈 아내가 산에 같이 올라가지 못한 점이 또 달랐다.  

 

 

"내가 죽는 것을 산 것으로 알고, 산 것을 죽은 것으로 아십시요."

 

치명을 오히려 주님의 은혜로 여기면서 옥 밖의 사람에게 위로와 권면을 보내는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순교자가 남긴 어록을 보면 그저 먹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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