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부용산길을 걷다

샌. 2022. 5. 3. 20:17

새로 개통한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 볼 겸 부용산을 찾은 것이 13년 전이었다. 그때는 국수역에서 출발해서 형제봉과 부용산을 거쳐 양수역까지 걸었다. 한여름이라 무척 힘들었다고 옛날 일기장에 적혀 있다.

 

이번에는 짧은 거리인 신원역에서 시작한다. 차는 양수역 주차장에 세워두고 전철로 신원역까지 이동했다.

 

이곳은 독립운동가였던 몽양 여운형(呂運亨, 1886~1947) 선생의 고향이다. 선생을 낳을 때 어머니가 꾼 태몽이 커다란 해를 품에 안는 꿈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호가 '태양을 꿈꾼다'는 뜻의 몽양(夢陽)이 되었다. 당시 지명은 경기도 양근군 서시면 묘곡리(묘골)이고, 현재 지명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다.

 

부용산으로 가자면 묘골애오와공원과 몽양기념관을 지나야 한다. '묘골'은 지명이고 '애오와(愛吾窩)'는 '내 사랑하는 집'이라는 뜻의 선생이 쓰시던 말이다.

 

 

몽양기념관에는 행사가 있는지 여러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다음에 차분히 둘러보기로 한다. 

 

 

산길에는 애기똥풀이 한창이다. 가끔 현호색도 눈에 들어온다.

 

 

부용산 전망대에서는 멀리 두물머리의 풍경이 펼쳐진다. 

 

 

6번 국도가 강을 가로지르며 뻗어 있다.

 

 

부용산을 지나서부터는 길고 완만한 능선길이다. 산이 낮고 길이 순해선지 평일인데도 산행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난다. 

 

하계산 전망대에서는 양수리 풍경이 더 가까이 보인다. 

 

 

10배 망원으로 당겨보니 양수역전 주차장에 세워 둔 내 차를 식별할 수 있다. S22의 카메라 성능에 만족한다. 거금을 투자했지만 이럴 땐 돈이 아깝지 않다.

 

 

숲에서 쉬면서 셀카를 가지고 놀다. 내가 나를 찍는 게 어색하지만 은근히 재미있기도 하다. 셀카를 찍으면서 내 얼굴이 너무 굳어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표정이나마 잡는데 여섯 장이나 찍어야 했다. 앞으로 셀카 찍는 명분을 하나 얻게 되었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표정이 될 때까지 찍히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다.

 

 

산행 시작할 때 몽양기념관 부근에 선생의 이런 어록이 있었다. '몽양 유객문(留客文)'인데 산행 내내 자꾸 생각이 났다.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기뻐할 바 아니요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내가 노여워할 바 아니니라

내가 사람이면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여도

내가 사람이요

내가 사람이 아니면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내가 사람이 아니리라

내가 사람이냐 아니냐를

알고자 할진댄

나를 사람이다 아니다 하는 사람이

사람이냐 아니랴를

알아보도록 하라

 

 

어제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었다. 1년 7개월 만이다. 다른 사람 신경 안 쓰면서 마스크를 벗고 걸을 수 있어서 기뻤다. 전에는 눈치가 보여서 사람이 접근하면 쓰는 시늉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런데 오늘 보니 해제 여부와 관계없이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의외였다. 내 기준으로는 야외에서의 마스크 효용성이 마스크를 썼을 때의 답답함을 결코 앞설 수 없다.

 

부용산을 중심으로 청계산, 형제봉, 하계산 등이 있는 이 곳은 산이 높지 않고 길이 순한 편이어서 앞으로 자주 찾게 될 것 같다. 전에 이 부근에서 최진실 묘를 본 적이 있는데 어떤 코스로 연계해서 걸을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 산행 시간: 4시간(11:00~15:00)

* 산행 거리: 약 7km

* 산행 경로: 신원역 - 샘골고개 - 부용산 - 하계산 - 양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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