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숨은벽은 오래전부터 가 보고 싶던 곳이었는데 드디어 오르게 되었다. 날씨 좋은 봄날이었다.
고양시 효자동에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밤골공원 지킴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숨은벽능선을 타고 올라가 숨은벽 아래까지 간 다음 밤골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순환 코스였다. 그런데 초입부에서 엉뚱하게 계곡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역으로 돌게 되었다. 30분 정도 올라가다가 알아챘으니 되돌릴 수도 없었다.
계곡 따라 올라가는 게 결과적으로는 잘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능선을 타고 숨은벽으로 접근한다. 계곡길은 그늘 지고 사람 없어서 말 그대로 유산(遊山)을 만끽할 수 있었다.
계곡은 가물어서 물이 말랐다. 지도에 '숨은폭포'라고 나와 있다.
묘하게 생긴 나무가 눈길을 끈다.
철쭉은 한창을 지나서 지고 있다. 산에서 만나는 철쭉은 색깔이 은은해서 좋다.
길은 올라갈수록 험하고 희미해진다.
마침내 숨은벽과 첫 대면을 했다. 숨은벽은 북한산의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숨은 듯 솟아 있는 거대한 암괴다. 보기만 해도 힘이 불끈 솟는 것 같았다. 숨은벽이 보이는 조망 좋은 곳에서 도시락을 먹고 편히 쉬면서 실컷 눈맞춤을 했다.
주변에는 신기하게 생긴 다른 바위들도 있었다. 이름이 있겠지만 확인하지는 못했다.
멀리 도봉산 능선이 보였다.
숨은벽 능선은 공룡의 척추를 닮았다.
한참 내려와서 뒤돌아 본 숨은벽. 인수봉의 위용에 뒤지지 않게 위풍당당하다.
혼자 걷는 산길은 내 페이스대로 느긋하게 걸을 수 있어 좋다. 내 체력에 맞게 쉬엄쉬엄 걸으면 그다지 힘들지 않다.
오늘은 숨은벽이 목표였으므로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까지는 오르지 않았다. 자가용으로 인한 원점회귀가 아니었다면 정상을 거쳐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코스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윤석열 새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