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정평천 산책

샌. 2022. 5. 15. 11:13

 

둘째 집에 간 길에 이른 저녁을 먹고 가까운 정평천을 산책하다.

 

정평천(亭坪川)은 용인시 수지구를 지나는 약 5km 길이의 작은 하천이다. 성복천, 탄천과 합류하여 한강으로 흘러간다. 하천 옆으로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나 있는데, 다른 하천에 비해서는 옹색한 편이다. 그래도 도시를 지나는 이 작은 하천의 가치는 값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사는 곳에서 이만큼만 벗어나도 풍경의 낯섦이 살짝 긴장하게 만든다. 어디를 가나 아파트와 상가, 비슷한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일말의 어긋남이 있다. 처음 만나는 것이라 모든 게 새롭고 신기하게 보인다. 길 끝에 가면 어떤 풍경이 있을지 기대도 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이런 낯선 경험을 하기 위해선지 모른다. 외국이라면 더욱 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행 정보가 범람하다 보니 뇌는 가 보지 않고도 다 알고 있다. 구글 지도를 보면 마치 현지에 가 있는 것 같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어떤 분은 여행지의 작은 골목까지 입력해 둔다. 이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지 이미 예견하고 있다. 그분에게 여행은 자신의 루트를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시행착오는 줄일지 몰라도 여행의 묘미는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요사이는 좀 들떠 있는 상태다. 호수가 고요하면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물결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스트레스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편하게 살려면 감정이 무뎌질 필요가 있는데, 넌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고 물으면 그러함에도 난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나를 택할 것이다. 나는 나로서 살아갈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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