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가끔 만난다. 지하 주차장은 어둡고 따스하니까 고양이의 쉼터로 적당한 조건을 갖추었다. 차 보닛과 앞 유리창에 자주 찍히는 고양이 발자국이 이곳이 고양이 놀이터임을 잘 보여준다. 특히 보닛 위를 좋아하는 건 차 엔진의 온기 탓인 것 같다.
오늘은 무심코 운전석에 앉은 뒤 앞을 바라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시커먼 놈이 날 노려보고 있어서였다. 처음에는 부엉이인 줄 알았는데 고양이였다. 갑자기 등장한 인간에 저도 놀랐음이 틀림없었다. "저놈은 뭐야?"라는 듯 째려본다. 눈싸움이 한동안 이어졌다.
"야 인마, 이건 내 차야. 빨리 안 비킬래?"
"누구 차든 여기는 내 구역이야. 방해하지 말고 니가 꺼져라."
녀석은 도무지 물러날 기미가 없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여러 장 찍어도 꿈쩍 않는다. 발을 보니 언제든 공격할 태세다. 자동차 앞 유리가 없었다면 나도 긴장했을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저럴 건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약속 시간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차 시동을 거니 그제야 부리나케 도망가 버린다.
저 고양이는 나에게 미네르바의 부엉이였다. 부엉이는 나 대신 물어주는 듯하다.
"넌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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