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천에 나가면 백로와 왜가리는 꼭 만난다. 왜가리보다는 백로가 두세 배는 더 자주 눈에 띈다. 백로 중에서는 쇠백로가 제일 많다.
백로나 왜가리는 몸집이 큰 데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아 사진 찍기에 좋다. 어제 만난 왜가리는 한참 사진 모델이 되어 주더니 내가 조금씩 접근하자 귀찮다는 듯 건너편으로 날아갔다. "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라는 유행가가 있다. 여기서 '으악새'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새가 아니라 억새라는 해석이 유력했는데 작사자가 남긴 말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왜가리로 보는 게 통설이다.
작사자인 박영호 씨가 어느 날 뒷산에 올라갔는데 멀리서 "으악 으악" 하는 새 소리가 들리길래 그냥 으악새라고 부르면서 가사를 썼다고 한다. 이런 소리를 내며 우는 새는 왜가리가 제일 가깝다. "왝 왝"거리며 운다고 이름이 왜가리로 된 새다. "왝 왝"이나 "왁 왁"이나 "으악 으악"이나 듣는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겠다. 어쨌든 왜가리의 울음소리는 독특하다. 왜가리를 보면서 문득 으악새가 떠올랐고 그 이름 또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가리의 난폭한(?) 성질에 어울리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목을 움츠리고 쉬고 있는 왜가리는 영락 없는 '고독한 철학자'의 모습이다. 또한 으악새가 슬퍼보이는 때이기도 하다.
경안천변은 꽃밭이다. 지금 때에는 금계국과 갈퀴나물이 많다.
영은미술관에 들어가서 구내를 한 바퀴 돌고 숲 속 조용한 벤치에서 쉬는 것도 나의 일이다. 요가와 명상을 하는 조각물이 새로 설치되었다.
오늘은 5월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가 예쁜 말을 들었다.
"지구 위 어떤 나라에서는 버스 타고 버스 요금보다 큰 돈을 내면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버스를 타기 전에 딱 맞는 요금을 준비하지 않으면 거스름돈은 없는 거다. 5월이라는 아름다운 버스도 잔돈은 거슬러주지 않나 보다. 꽤 많이 남은 줄 알았던 5월의 시간들, 5월의 햇빛과 비, 5월의 꽃들, 채 다 쓰지 못한 것 같은데 그 잔돈 거슬러주지 않고 종점이다. 아쉬움으로 한참을 멈칫대다가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좋은 날씨며 그 많은 꽃들, 그 좋은 시간들에 다 데려다주고 보여줬으니 오히려 'Keep the change'. 잔돈쯤 내쪽에서 기꺼이 양보하거나 오히려 버스비를 더 내야 하지 않을까. 5월의 버스 뒤에다 크게 크게 고마움의 손을 흔들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