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인 조르주 페렉의 장편소설이다. 1960년대 프랑스 파리가 배경으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잘 들어 있다. 대신에 파리의 생소한 골목과 가게 등 다양한 지명이 나와서 파리 사람이 아니라면 어딘지 몰라 좀 혼란스럽다.
<사물들>은 제롬과 실비라는 두 젊은이가 주인공으로, 오직 물질적으로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이 작품의 의도가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부평초 같은 삶을 그리려는 것 같다. 제롬과 실비, 그리고 친구들은 상품들의 유혹과 현란한 광고의 공세에 덧없이 휩쓸려가는 군상들이다.
이 소설은 건조한 문체와 특이한 시제가 흥미롭다. 마치 사회과학자가 사회 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글 같다. 60년 전의 소설이지만 지금 우리 시대에도 해당하는 경고로 읽힌다. 그저 주어진 일상에 매몰될 때, 아무런 철학과 형이상학적 신념 없이 살아갈 때 소비 사회가 인간을 얼마나 추레하게 하는지 보여준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를 꿈꾸고, 또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바로 거기에서부터 불행이 싹튼다." 소설의 어느 부분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부자 되세요!"는 한때 우리들한테도 퍼진 유행어였다. 지금은 그런 허황된 말을 들을 수 없다. 계층간의 차이가 그만큼 공고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부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주류에 편입되기를 원하며 우리는 욕망한다. 최근 몇 년 간 부동산과 주식을 향한 투기는 - '영끌'이라는 단어가 잘 말해주고 있듯이 - 광풍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하다.
제롬과 실비는 발버둥을 쳐보지만 결국 무력감과 허무주의에 빠진다. 물질만 추구할 때 도달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사물들>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60대의 한 커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단순한 방법으로 살기를 방해하는 수많은 사물들(상품들)에 대한 광고의 유혹이다." 인간과 인간관계를 사막화하는 이런 체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저항을 할 수 있을까.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본주의가 주는 단 꿀만 빨려다가 끽소리 한 번 못하고 스러져간다. 좀 더 영악한 친구들은 체제의 사다리를 타려고 그들을 떠나갔다.
부자가 되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삭막하다. 그들은 부자라는 꿈 때문에 지금 살아가는 이곳의 즐거움을 잃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얼마 전에 책에서 봤던 '우아한 가난'이라는 개념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시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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