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지적 행복론

샌. 2022. 10. 11. 10:31

"소득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돈이 많으면 정말 더 행복해지는지 알아보고자 데이터를 연구했고, 이 데이터는 행복과 소득의 역설을 보여줬다. 이스털린은 행복통계학을 연구한 최초의 경제학자다. 이 책 <지적 행복론>은 97세의 이스털린이 쓴 행복에 관한 보고서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책 내용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수준이다. 다만 그의 이론은 과학적 조사에 의한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하기 때문에 바탕이 탄탄하다. 행복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우리가 행복에 접근하는데 유리한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인간 행복의 조건은 소득, 건강, 가정생활의 세 가지다. 소득/부(富)는 절대적 양이 아니라 상대적 비교에 의해서 행복을 결정한다. "욕구는 자라나는 거인과 같아서, 그가 입고 있는 외투가 자신을 충분히 덮을 만큼 컸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에머슨의 말처럼 인간은 자신의 상태에 충분히 만족할 수 없다. 소유가 많아지면 욕구도 커지기 때문에 허덕이는 정도는 비슷하다. 문제는 '얼마냐'가 아니라 '남보다' 많이 버느냐/갖느냐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게 대체적인 인간 심리다.

 

그러므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교에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이 고질적인 습관을 끊어버리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확실히 있다고 이스털린은 역설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집은 넓을 수도 있고, 좁을 수도 있다. 이웃집이 마찬가지로 좁다면 이 집은 거주 공간으로서 사회적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바로 옆에 넓은 궁전이 들어선다면 이 집은 오두막이 되어버린다." 행복으로 첫 번째 관문은 비교를 멈추는 일이다.

 

건강이나 가정생활은 타인과의 비교보다는 과거와의 비교에서 행복감이 결정된다. 타인의 건강이나 가정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부문은 개선을 할 수록 확실히 행복감이 높아진다. 인간은 적응력이 높은 동물이다. 노년이 되면 건강을 잃어가지만 그에 맞게 적응해 나갈 수 있다. 상실이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역시 마음가짐에 관한 문제이기는 하다.

 

인간의 행복은 10대, 30대 후반, 70대에 최고조를 보이고, 20대, 50대, 80대 이후에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개인마다 편차가 크겠지만 이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 나이는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시기다. 내 인생에서 현재가 가장 행복할까를 자문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지나고 보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뒤늦게 깨달을지 모른다.

 

이 책의 부제가 '97세 경제학 교수가 물질의 시대에 던지는 질문'이다. 자신이 발견한 이론을 귀여운 손자에게 다정하게 설명하는 것 같다. 이스털린의 결론은 물질편향적인 삶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돈보다는 건강이나 가정생활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왜 돈을 버는가?"라는 물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다들 왜 그래, 정말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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