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우리 동네를 물들인 가을 색깔

샌. 2022. 10. 31. 10:14

 

경안천을 걸으려고 집을 나섰다가 동네 단풍에 홀려서 가야 할 곳을 잊어버렸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내 곁의 단풍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가을 색깔에 취해서 아파트 단지를 놀멍쉬멍 돌아보는 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입주한 지 십 년이 넘었으니 단지 안 나무들도 어느 정도 무성해졌다. 이곳 나무들은 사계절 중에서 이맘때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각자의 색깔로 성장(盛裝)한 청년기의 매력이 넘쳐나는 나무들이다.

 

감탄사 없이 지나칠 수 없는 이 가을이 어느 누구에게는 가장 슬픈 색깔이 될지 모른다. 희희낙락하는 뒤편 그늘에는 울음조차 사치스러운 아픔이 있다. 세상의 비극은 가없이 깊은데, 가을빛은 눈부시게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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