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전주에 다녀오다(11/2~5)

샌. 2022. 11. 6. 12:05

아내와 전주에 내려가서 나흘간 머무르다 왔다. 장모님과 바깥나들이를 나가서 가을 구경시켜드리는 게 목적이었다. 오가는 길에 우리 역시 가을 풍광을 즐기는 건 덤이었다.

 

가는 길에 공주에 들러서 황새바위 성지와 공산성을 찾았다. 공주에 대한 기억이 까마득하다. 공주를 마지막으로 찾은 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으니 적어도 30년은 되었을 것이다. 좁은 땅덩어리지만 다시 찾아보기가 이렇게 어렵다.

 

공산성 앞에 선 황금빛의 무령왕 동상이 눈길을 끈다.

 

 

공산성(公山城)은 이곳이 백제의 수도였던 시기에(475~538년) 도읍지인 웅진(熊津)을 지키기 위해 축조한 성이다. 성 둘레는 약 2.5km로 원래는 토성이었으나 조선 중기에 석성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공산성은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받고 사비성에서 도망친 의자왕이 피신한 곳이다. 그러나 부하 장수의 배신으로 곧 체포되었고 백제는 멸망했다. 의자왕은 1만여 명의 백제 유민과 함께 당나라에 포로로 끌려가서 죽었다. 망국의 한을 품고 고국을 떠난 지 두 달만이었다.

 

금강을 연해 있는 성곽길을 걸었다. 강 건너로 보이는 공주 시내가 옛날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성 안에 있는 왕궁터.

 

 

보수 공사중인 공북루 옆에 있는 느티나무.

 

 

성 안에서 본 금서루, 현재 정문 역할을 하고 있다.

 

 

공산성과 황새바위 성지를 둘러보고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이 떠올라 갑사를 찾았다. 따스한 가을 양광을 맞으며 단풍 고운 길을 걸었다.

 

 

둘째 날은 장모님을 모시고 지리산과 남원으로 단풍을 보러 나갔다. 장모님은 걸음이 불편하셔서 차로 드라이브를 하면서 가을을 구경시켜 드렸다. 먼저 들린 곳은 천은사(泉隱寺)였다.

 

 

천은사 단풍은 화려하기보다는 은은했다. 절 주변과 저수지 둘레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데 걷지 못한 점이 약간 아쉬웠다.

 

 

장모님은 아흔 연세에 비하면 상당히 건강하신 편이다. 긴 걸음을 못 하실 뿐 정신은 말짱하시다. TV도 자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시는 점이 특이하다. 낮에는 주로 마을 경로당에서 친구분들과 생활하신다. 

 

 

천은사에서 성삼재를 거쳐 남원 광한루원을 찾았다. 광한루원의 가을 역시 아름다웠다. 지는 존재들의 슬픔이 배어 있었지만.

 

 

셋째 날은 일찍 잠을 깨서 가만히 전주천에 나갔다. 나는 아침형 인간과 거리가 멀어서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일출을 만나기 어렵다. 먼 전주에 와서 붉게 물든 아침 하늘을 보았다.

 

 

오전에 장모님은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으시고, 오후에는 함께 남문시장에 나갔다. 시장 앞 전주천에도 가을이 가득했다.

 

 

시장 구경을 하면서 병어와 단팥죽을 사고, '조점례남문피순대' 집에서 순댓국으로 요기를 했다. 소문난 맛집이어선지 입에 달라붙는 맛이 있었다.

 

 

저녁 골목길에서 번지는 노을과 떠오르는 달을 보았다. 이번에는 집안에 진득하게 있기보다는 바지런을 떤 셈이었다.

 

 

끝날은 아침을 먹고 집 청소를 한 다음 바로 출발했다. 토요일이라 나들이 나온 차량으로 고속도로가 여러 군데서 정체가 생겼다. 장모님은 길이 막히지 않느냐며 걱정과 아쉬움 묻은 전화를 주셨다.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애타하는 부모님 마음을 생각하면 애잔하면서 면구스럽기만 하다. 정작 당신을 위해서는 자린고비로 사시면서 말이다. 그렇게 사시지 말라고 아무리 당부해도 헛일인 걸, 이 일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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