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는데 뉴스가 나왔다
전쟁이 나서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도망가고
애들이 울고
연기가 하늘같이 올라가는데
탱크가 달려오고
난리 난리가 났다
금세 장면이 바뀌고
광고가 나왔다
맛있는 걸 먹으면서
깔깔거리고 웃고
춤추며 걸어갔다
저래도 되나 싶었다
- 허깨비 상자 / 김창완
TV만 아니라 이 세상도 허깨비 놀음이겠지. 쯧쯧 몇 번 혀를 차주고는 금방 고개를 돌리고 희희덕거린다. 세상만사에 대해서 그렇다. 하긴 타자의 고통을 나의 아픔으로 여긴다면 몸성히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말씀이 아닌가. 예수님도 너무 하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자리에서 지인이 그랬다. 자신은 사람들과 투명한 벽을 쌓고 살아간다고. 상대의 온기나 사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정기적으로 모임에서 만나고 대화를 나누지만 이름조차 관심이 없다고. 그게 감정 낭비를 안 하고 인간관계를 편하게 하는 비결이라고. 인간이나 세상의 실상이나 비밀에 접근할수록 모순과 부조리를 직면할 수밖에 없다. 알면 괴롭고 내 존재의 근거에 대해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적당히 눈을 감고 살아가는 게 - 멋진 세상이고 행복한 삶이라고 주문을 외면서 - 세상 똑똑이들의 태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모든 걸 갖춘 것 같지만 늘 갈증으로 헐떡거린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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